‘매각 재수생’ 로젠택배의 새 주인 찾기가 지연되고 있다. 매각자 측과 원매자 간의 가격 눈높이 차이와 함께 이렇다 할 전략적투자자(SI)가 등판하지 않은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로젠택배 매각과 관련한 절차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로젠택배는 한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택배업종의 반사효과가 주목받으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매각자 측인 사모펀드(PEF)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와 매각 주간사인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은 지난 1월 예비입찰을 진행한 이후 현재까지 본입찰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예비입찰에는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웰투시인베스트먼트, 위메프 등이 참여했으며, JC파트너스가 예비입찰이 마무리된 이후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했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매각가 측에서 예비입찰 전후로 원매자들을 상대로 활발하게 움직였으나 현재 이렇다 할 움직임이나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예비입찰 참여자가 사실상 재무적 투자자(FI)가 다수인 상황에서 SI 등판이 딜 성사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택배업 특성상 다른 업종과 달리 단순 FI의 힘으로만 밸류업을 하기 힘들다”면서 “기존 사업이 있는 SI가 참여해야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세계그룹, 카카오모빌리티 등이 인수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이들 모두 인수를 검토를 중단하거나 인수전에 불참했다. 현재 인수전에는 SI로 위메프가 참여한 상태인데 지난해 757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터라 인수 여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FI로 참여한 사모펀드 중에서도 공동으로 인수전에 참여할 SI를 물색 중이지만 코로나19 여파에 ‘SI 구하기’가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수전 열기가 시들해진 상태에서 매각을 강행하기보다는 매각 시기를 좀 더 미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여러 번 매각 시도가 실패했던 터라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면서 “당장 급하게 매각하는 것보다는 시간을 좀 두고 매각에 나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시장과의 눈높이 차이를 맞추지 않는 한 매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자 측은 지난해 로젠택배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에 동종업 평균멀티플 10배를 적용한 4000억 원 안팎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로젠택배가 C2C(Consumer to Consumer) 택배에 특화돼 있다는 점은 대규모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라면서 “매각자와 원매자와의 가격 눈높이 차이를 좁히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