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말에 대한 제재를 놓고 트위터와 엇갈린 행보를 보이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가 결국 회사 안팎의 반발에 무릎을 꿇었다.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강압으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저커버그는 5일(현지시간) 국가의 무력 행사에 관한 게시물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하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저커버그 CEO는 이날 “내 판단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실망하고 상처를 받았다”며 “인종 간의 평등을 위해 싸울 것이며, 국가의 무력 행사에 관한 게시물 등에 대한 규제 강화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흑인 남성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약탈의 시작은 총격의 시작이다”라는 글을 올렸고, 이에 대해 트위터가 경고 라벨을 붙였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같은 사안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아 내부의 불만을 샀고, 결국 가상 파업까지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저커버그는 국민의 알 권리 차원이라며 트럼프 게시물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자 페이스북의 몇몇 임원들은 온라인상에서 저커버그에게 이견을 표시했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재택 근무를 하는 일부 직원은 가상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하게 불만을 표시했다.
하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저커버그도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저커버그의 이번 결단에는 전문가 집단의 공개 서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7일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주요 연구기관 교수 60명과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140명 이상의 과학자는 저커버그에게 서한을 보내 “페이스북은 트럼프가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도록 놔둬선 안 된다”며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잘못된 정부와 선동적인 언어에 대한 보다 엄격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대부분은 저커버그가 부인 프리실라와 설립한 자선재단 ‘챈저커버그 이니셔티브’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에 대해선 또 다른 소셜미디어인 ‘스냅챗’을 운영하는 스냅도 폭력을 선동한다며 표시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등 소셜미디어 업계가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위터와 스냅에 이어 페이스북까지 제재 방침을 밝힘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더 반발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