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부작위 위법' 승소했지만… 서울시ㆍ교육청, 법원 결정 해석 제각각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재건축 조합과 서울시,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내려진 법원 결정마저 저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
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은 잠실5단지 재건축 조합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에서 최근 조합 손을 들어줬다. 잠실5단지 조합은 교육청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부당하게 미뤄왔다며 교육청과 법정 다툼을 벌여왔다. 법원은 이 같은 평가 회피가 법규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잠실5단지 재건축 사업은 15층 높이 3930가구짜리 아파트를 지상 최고 50층, 6605가구 규모 아파트와 상업ㆍ전시시설 등을 갖춘 복합단지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한강 조망이 가능한 데다 잠실운동장 일대 개발 계획과 맞물려 재건축 '대어'로 꼽힌다.
교육환경영향평가는 그간 잠실5단지 재건축 사업을 가로막는 걸림돌 노릇을 했다. 교육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지 못하면 구체화한 정비계획인 사업시행계획을 인가받을 수 없어서다. 교육환경영향평가 미비 때문에 정비계획안 심의ㆍ확정을 맡는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수권소위원회에도 상정되지 못했다.
교육청이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줄곧 미뤄온 건 학교 용지 기부채납을 둘러싼 서울시와의 이견 탓이다. 애초 잠실5단지 조합과 교육청은 조합이 단지 내 신천초등학교 용지를 매입하는 대신 다른 부지를 학교 용지로 매입해 교육청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2017년 이 같은 계획에 제동을 걸었다. 학교 이전 용지 마련은 조합이 아닌 교육청과 교육부가 해결할 일이라며 기부채납을 막아섰다. 교육청은 애초 교육환경영향평가가 기부채납을 전제로 설계됐다며 교육영향평가를 사실상 '보이콧'했다. 서울시와 교육청간 줄다리기 사이에 잠실5단지가 '볼모'로 낀 형국이었다.
잠실5단지 조합은 이번 법원 결정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한다. 조합이 제출한 정비계획안(案)에 따라 교육영향평가를 진행해야 한다는 게 법원 판결을 바라보는 조합 해석이다.
조합 관계자는 "도시계획위원회가 정한 대로 교육환경영향평가를 신청했는데 제대로 안 되니 소송을 냈다"며 "법원에서도 그대로 (평가를) 진행하라고 했으니까 2017년 제출한 정비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 안대로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조합은 사업 불확실성을 해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학교 용지 기부채납에 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다.
교육청은 이번 판결에 신중하다. 교육청 관계자는 "법원 판결은 본 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이지 세부 내용에 관한 판단이 아니다"며 "판결문을 보고 항소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부채납이 백지화된다면 교육영향평가를 처음부터 진행해야 할 것"이라며 "학교 존치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가운데 자리 잡은 신천초가 존치된다면 일조권 문제 등으로 재건축 계획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교육청은 교육부 재정으로 학교를 이전한다면 학교 용지를 기부채납한 다른 재건축 단지와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칫 특혜 논란이 일 수 있다는 우려다. 재정 문제도 교육청이 기부채납을 고집하는 이유다. 교육청은 학교 이전에 1600억 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한다.
서울시는 한 발 빠져 관망하는 모양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맞춰 정비계획안이 올라오면 수권소위원회에서 판단할 것"이라는 원론적 태도만 밝혔다. 교육청에선 서울시가 임대주택 기부채납을 늘리기 위해 학교를 기부채납 대상에서 빼려 한다고 의심한다.
시장 반응은 호의적이다. 이번 판결을 포함해 잠실5단지를 둘러싼 호재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잠실 스포츠ㆍ마이스(MICE) 산업단지 민간 투자사업 적격성 조사가 지난달 마무리되면서 잠실운동장 일대 재개발이 가시화하고 있다. 그 덕에 지난주 잠실5단지 전용면적 82㎡형이 23억5000만 원에 매매됐다. 올 들어 최고가다.
잠실동 D공인 관계자는 "잠실5단지 재건축 최대 걸림돌이 학교 이전 문제였다"며 "잠실 운동장 개발 윤곽도 나오고 소송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오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 역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