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전망치 2.5%→–5.2%…"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7.7%포인트(P) 하향 조정했다.
WB는 9일 자정 발표한 ‘세계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5.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월 전망치(2.5%)와 비교해선 7.7%P 내렸다. 단 올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로 내년 성장률은 기존 전망(2.6%)보다 1.6%P 높은 4.2%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을 각각 –3.0%, 5.8%로 전망했다.
WB는 각국의 봉쇄조치와 이로 인한 수요둔화, 국제교역량 감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로 올해 성장률이 선진국은 –7.0%, 신흥·개발도상국은 –2.5%에 머물 것으로 봤다. 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불황이자,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3배가량 가파른 경기침체다. WB는 “그간의 위기는 금융위기, 통화·재정정책 실패, 전쟁, 유가변동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반면, 이번 사태는 ‘팬데믹’이라는 단일 요인으로 촉발된 최초의 위기”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선진·개도국을 막론하고 중국(1.0%)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역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은 서비스업 타격, 산업생산 감소 등으로 -6.1%, 유로존은 관광업 충격과 글로벌 가치사슬(GVC) 붕괴로 –9.1%에 그칠 것으로 봤다. 동아시아·태평양은 관광업 위축과 저유가로 1967년 이래 최저인 0.5% 성장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을 제외한 동아태 성장률 전망치는 –1.2%로,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초의 역성장이다.
이 밖에 관광업 붕괴와 원자재 수출 부진으로 유럽·중앙아시아는 –4.9%, 중남미는 -5.8%, 남아시아는 –2.7%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WB는 전망했다. 중동·북아프리카(-4.4%)와 사하라 이남(-2.7%)도 유가 폭락, 지정학적 불안요인 잔존,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역성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는 신흥·개도국에 더욱 뼈아픈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주요 선진국의 락다운(lockdown·봉쇄)으로 글로벌 수요·공급 충격이 동시에 발생하면 신흥·개도국에선 국제교역과 관광업, 해외송금이 위축되고 안정 지향적 자본유출이 발생한다. 이런 스필오버(spillover·파급) 효과로 인해 미국과 유로존, 중국의 성장률이 동시에 1.0%P 하락하면 신흥·개도국의 성장률은 이보다 큰 1.3% 하락할 것으로 WB는 추정했다. 제조업·농업보다는 서비스업 분야에서 충격이 더 크며, 노동집약적 산업 비중이 높은 저소득 국가일수록 더 취약하다.
WB는 “경제충격 최소화를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선진국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 압력에 대비해 통화정책, 재정지원의 적절한 대상 설계가 필요하며, 신흥·개도국은 양적완화 시 통화당국의 신뢰성 확보가 필수적이며, 경제 정상화 이후에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밖에 구조개혁 과제로 의료인프라 구축, 중소기업 자금조달여건 개선, 비효율적 보조금 폐지 등을 대안으로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