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이 2년 4개월 만에 직면한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9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사법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5시간 30분에 걸친 장고 끝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2시께 "불구속 재판의 원칙에 반해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원정숙 부장판사를 포함해 총 4명이다. 이 4명 가운데 무작위로 전산 배당한 결과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그에게 돌아갔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2월 법관 인사에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로 배치됐다. 전국 최대 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 여성이 영장전담판사를 맡은 것은 2011년 이숙연(52) 부장판사 이후 두 번째였다.
경북 구미 출신인 원정숙 부장판사는 구미여고와 경북대를 졸업한 뒤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2001년 대구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서울가정법원, 서울중앙지법, 서울동부지법 등을 거치며 주로 민사나 행정 사건을 담당했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3월 처음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성(性) 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 사건의 주범인 조주빈씨의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다. 당시 사안이 엄중하고 피해자들에게 위해(危害) 우려가 있다는 점, 범죄 혐의가 상당 부분 소명되고 증거인멸·도주 우려가 있다는 점을 발부 사유로 제시했다. 반면, 지난달 또 다른 성 착취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활동했던 송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했다.
원정숙 부장판사는 현 정권 들어 사법부의 주류가 된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나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