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 상속인들 국가배상 소송 2심 다시”

입력 2020-06-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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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보도연맹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이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사건 발생일을 기준으로 소멸시효를 적용한 것은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A 씨 등 42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9일 밝혔다.

1950년 울산 경찰과 군인들은 상부 지시를 받아 울산 지역 보도연맹원 등을 구금하고 이들이 인민군에 동조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집단 총살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7년 이른바 울산 보도연맹사건에 대해 진실규명을 하고 407명을 희생자로 확정했다.

희생자의 상속인인 A 씨 등은 국가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2016년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원고들은 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고 9년이 지나서야 소송을 제기해 피고가 울산 보도연맹사건의 희생자 유족들에게 소멸시효의 이익을 원용하지 않겠다는 신뢰를 부여한 때로부터 ‘상당한 기간’ 내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국가배상법, 구 회계법 등은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해 피해자 등이 그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또는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5년의 소멸시효를 적용하도록 한다. 1심 재판부는 A 씨 등의 청구가 사건이 발생한 1950년으로부터 5년 이상 지난 뒤 제기돼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전제했다.

이어 소멸시효 완성 후 채무자가 이를 원용하지 않기로 한 경우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당한 기간’에 대해 단기소멸시효 기간인 3년을 넘을 수는 없다고 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국가가 진실규명을 통해 소멸시효 완성을 원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봤다.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2007년 진실규명 결정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유족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은 위헌결정에 따라 효력이 없게 된 규정을 적용했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과 중대한 인권침해·조작의혹 사건의 피해자의 국가배상청구권에 일반적인 민법상 소멸시효제도 등을 그대로 적용하는 과거사정리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놨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울산 보도연맹사건 상속인에 해당하는 경우 이러한 손해배상청구는 위헌결정의 효력에 의해 민법이 정한 ‘주관적 기산점과 이를 기초로 한 단기소멸시효’만이 적용될 수 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한 경우 피해자와 유족들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단기소멸시효와 관련해 ‘손해 발생 및 가해자를 안 날’은 진실규명결정일이 아닌 진실규명결정통지서가 송달된 날”이라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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