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HDC현산은 산업은행이 지난달 29일 발송한 공문과 관련해 인수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고 인수가치를 훼손하는 여러 상황에 대한 재점검 및 재협의를 위해서 계약상 최종기한일(Long Stop Date) 연장에는 공감한다는 의사를 회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IB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시간 끌기’를 좀 하는 게 아닌가 싶다”면서 “끝까지 가기보다는 최종 결정을 유보하는 차원”이라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금 급한 것은 오히려 산은과 금호아시아나 쪽”이라면서 “HDC현산 입장에서는 내심 인수 포기를 생각하더라도 먼저 흠을 잡힐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을 것 같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입장문은 인수 조건을 재조정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풀이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HDC현산은 현 조건으로는 계약을 안하고 싶지만 계약서상으로 명백히 해지하기는 어려우니 사실상 매도인 측으로부터 유리한 협상 조건을 받고자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SPA 계약으로 묶여있어 HDC현산이 일방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우리가 해볼 테니 조건을 조정해달라는 제스처라고 본다”고 판단했다.
HDC현산은 이날 입장문에서 산은에 제시할 새로운 인수조건은 언급하지 않았다. HDC현산 관계자는 “지금은 저희 생각을 얘기하고 점검해보자는 단계”라면서 “앞으로 논의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HDC현산과 산은이 2조5000억 원에 달하는 인수 가격을 우선 재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HDC현산은 입장문에서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인수에 중대한 부정적 영향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인수 가치를 현저히 훼손하는 여러 상황들이 명백히 발생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해야 할 자금이 늘면서 구주 대금을 깎고 신주의 비중을 높이는 방안이나 부채감면도 요구될 것으로 보인다. 지분율에 영향을 미치는 채권단의 지원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의 1조7000억 원 긴급자금 추가차입 및 차입금의 영구전환사채 전환 등이 사전동의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DC현산 측이 산은에 무리할 정도로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했다. 산은 입장에서는 장기간 끌어온 ‘숙제’를 해결해야 하기 위해 HDC현산의 조건을 수용할 필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대우조선해양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 할 것”이라면서 “SPA까지 체결한 거래를 망가뜨리거나 기간산업인 항공기업을 공중 분해하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라 말했다. 아울러 “만약 HDC현산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경우 제2의 매수자를 찾을 수 있느냐도 고민이기에 매매대금을 낮추더라도 딜을 클로징하자는 내부 기류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