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개발 항암제 부재로 의료재정 부담…기업ㆍ연구기관ㆍ병원 등 콜라보 통해 혁신신약 개발 앞당겨야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세브란스 종양내과 교수)은 이투데이와 만나 국내 신약 개발의 중요성과 보완점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현재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3상 임상연구 총괄 책임자이자 국내외 폐암 항암치료 연구를 리딩하고 있는 조 교수는 “국내 개발 면역항암제가 없다 보니 키트루다, 옵디보 같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제품을 사용해야 해 엄청난 세금이 쓰인다. 이를 절감하기 위해서라도 국내 항암제 출시를 앞당겨야 한다”며 “국내 신약 개발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데 우선적으로 중개 연구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아직 뿌리내리지 못한 중개 연구는 치료 물질에 대한 약효ㆍ안전성 임상 데이터 생산으로 기초 연구 결과를 실제 사용될 수 있는 단계까지 연계해주는 신약 개발의 중요 과정으로 꼽힌다. 현재 조 교수가 이끌고 있는 연세암병원 폐암센터는 80여 명의 전임상ㆍ임상 연구 인력이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실시간 회의를 진행하며 중개 연구의 메카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그는 “글로벌 파마에 라이선싱 아웃의 요건은 전임상, 임상 데이터다. 항암제의 경우 믿을 만한 전임상 결과가 있어야 의사들의 자발적 환자 등록이 이뤄지며 그에 따른 임상데이터가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동물실험과 사람 임상의 연결성을 설득할 수 있는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어야 하기에 병원 인프라 참여는 중개 연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중개 연구의 국내 신약 개발 모범 사례로 유한양행의 레이저티닙을 꼽는다.
3세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항암제인 레이저티닙은 유한양행이 2015년 7월 바이오벤처 오스코텍에서 15억 원에 사들인 물질로, 전임상(동물임상)을 추진해 2018년 글로벌 제약사 존슨앤드존슨 자회사인 얀센바이오테크에 1조5000억원 규모로 기술수출에 성공했다.
특히 레이저티닙의 전임상 결과가 AACR(미국암학회)에서 국제 학술지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 커버에 실리고, 1~2상 결과가 국내 혁신 신약으로 최초이자 유일하게 의학저널 란셋 온콜로지에 실리면서 주목을 끌었다. 최근 열린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0) 연례학술대회에선 폐암 및 뇌전이 치료효과 및 레이저티닙 투여 후 저항성 기전에 대한 임상유전학 연구 결과까지 총 3건의 포스터를 발표하면서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폐암 치료제 ‘타그리소’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히고 있다.
조 교수는 “레이저티닙의 임상을 진행하며 신약 개발의 어려움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럼에도 레이저티닙이 임상 3상까지 성공적으로 올 수 있었던 것은 임상 진행의 문제점 파악을 위해 몇 차례 직접 병원연구소를 찾아 연구자들에게 많은 힘을 실어준 유한양행 측의 오픈이노베이션 전략과 유한양행 연구소 및 병원 임상 연구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한 소통연구가 주효했다”며 “레이저티닙이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게 되기까지 시간을 돌아보면 결국 신약 개발은 기업, 연구소, 병원, 학교 등 다양한 연구집단 간 컬래버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레이저티닙과 같은 혁신 신약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기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 지원 강화를 바탕으로 신약 개발 에코시스템이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 교수는 “인공지능(AI)은 1년에 수십억씩 국가 과제가 풀리는데 신약 개발은 1억~2억 원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단별로 10억 원 이상 지원 등 연간 단위로 정부 투자가 지속돼야 한다. 특히 한국화학연구원과 같은 초기 파이프라인을 개발하는 곳들에 전폭적인 지원이 더 필요하다“며 “기초 연구 활성화를 바탕으로 개발부터 출시까지 각 단계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주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에코 시스템이 안정화된다면 더 빠른 속도로 혁신 신약 개발에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