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세대 기술개발에 올해에만 1125조원 투자 표명…미국과의 기술패권 전쟁 본격화

입력 2020-06-1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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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민간이 주도해 기술 투자…5G 가장 중시·연내 60만 개 기지국 설치 목표

▲중국 우한에서 4월 13일(현지시간) 로봇이 거리에 소독제를 뿌리고 있다. 우한/신화뉴시스
중국이 미국과의 기술패권 전쟁을 본격화한다. 인공지능(AI)과 5G 이동통신망 등 차세대 기술개발에 거액을 쏟아 붓기 시작한 것이다.

베이징시와 상하이시 등 수십 개 중국 지방정부가 차세대 기술개발을 위해 올해에만 6조6100억 위안(약 1125조 원)에 달하는 투자를 표명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당국의 요청에 따라 기업들도 자금 투입 방침을 발표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AI와 데이터센터, 5G 등 첨단 분야에 향후 5년간 최소 1조4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차세대 기술개발 캠페인은 공산당의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새로운 타입의 인프라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불과 수개월 전과 비교해 당국의 태도에 미묘한 변화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는 풀이했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기존 하이테크 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에 대해서 서구권이 경계하는 것을 피하려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 정책이 중국 기업에 보조금을 제공하고 외국 기업에 불리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독일 싱크탱크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의 캐롤라인 마인하트 애널리스트는 “중국제조 2025의 핵심은 외국 하이테크 부품을 국산으로 교체하는 것”이라며 “중국이 최근 추진하는 첨단기술 투자도 명확하게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 목표는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중국의 투자 촉진에 5G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미중 패권경쟁은 더욱 격화할 것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아울러 공격적인 기술 분야 투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침체 영향을 완화하는 중요한 경기부양책 역할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제조 2025와 올 들어 나온 기술개발 촉진책은 유사하지만 특히 첨단기술에 특화하고 그 지향점도 광범위하다는 것이 다르다고 WSJ는 평가했다. 단순히 제조업이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에서 기술 혁신을 노리고 있으며 중앙정부 지출이 아니라 지방정부와 민간 부문의 투자가 중심이 되고 있다.

중국은 특히 5G 정비를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고 있다. 5G는 사물인터넷(IoT)이라는 차세대 인터넷 연결 기기의 핵심으로, 일상생활이나 제조업 전반을 변화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연내 5G 기지국 수를 현재의 약 3배인 60만 곳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번스타인리서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5G 기지국 수는 올해 1만 개에 그칠 전망이다. 중국 통신 대기업 3사는 지난 3월 5G 기지국 정비에 총 2200억 위안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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