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홍콩 금융기관들은 지난달 중국이 홍콩보안법 제정을 추진한 이후 고액 자산가들이 ‘비상 플랜’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내 보유 자산 규모를 줄이거나 결정적인 순간에 자산을 처분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홍콩 거부들은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핵심 세력이면서 홍콩이 발행한 중국 회사채 시장의 큰손들이다.
홍콩보안법이 홍콩 사법 독립을 훼손하고 미국의 제재 강화를 촉발하면서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커지자 출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홍콩 경제가 전례 없는 경기 침체에 빠진 데다 홍콩보안법까지 겹치면서 관광과 유통업에 치명적인 시위가 계속된 영향도 컸다.
한 기업가는 1000만 달러(약 120억3000만 원)를 싱가포르로 이전했고 홍콩에 있는 부동산도 대거 팔아 치웠다. 또 아직 이민 계획은 없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가능하도록 해놨다. 그와 그의 가족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여권을 갖고 있다.
홍콩 투자은행에서 수석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한 남성은 홍콩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아내와 두 명의 자녀와 함께 호주 이민을 계획 중이다. 그는 “상황이 안 좋고 더 악화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성장 환경을 고려해 짐을 싸서 호주로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모가 창업한 컨설팅 회사를 물려받은 30대 남성도 돈을 해외로 옮기기 시작했다. 대학까지 10년을 보낸 영국에서 부동산 매입도 검토 중이다.
마거릿 차우 골드맥스 이민컨설팅 책임자는 “홍콩보안법 통과 이후 이민 문의가 5배 늘었다”면서 “부유층 고객들이 당장 떠나지는 않아도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4월만 해도 홍콩 은행의 예금은 증가세를 보였고, 홍콩 부유층은 공개적으로 홍콩보안법 지지 의사를 밝히며 홍콩 경제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홍콩 기업인들과 고소득 전문직들이 점점 더 비관론으로 기울고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의 정치·경제 상황이 1997년 이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면서 홍콩 상류층이 아직 엑소더스는 아니지만 최악을 가정하고 위험 분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