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약품 최대주주인 이한구 회장 일가가 당뇨병 치료제 개발 기대감으로 주가가 급등한 사이 보유 주식을 대량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회장 일가는 내부 호재로 주가가 급등할 때마다 보유 주식을 매도해 투자자들의 잦은 빈축을 사고 있다. 특히 내부 정보 접근에 용이한 경영자 일가라는 점에서 도덕적 해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약품은 이한구 회장의 매제인 노갑덕 아일수지공업 대표가 보통주 7만998주를 장내매도했다고 12일 공시했다. 이 회장의 딸인 이소영 현대약품 상무는 8만6000주를, 아들인 이상준 사장이 대표를 맡은 관계사 크리스텔라도 9만604주를 팔아치웠다.
이들 모두 현대약품 지분을 전량 장내 매도하면서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0%로 떨어진 상태다. 처분단가는 6950~7754원 사이다. 이번 매도로 노 대표는 4억9300만 원, 이 상무는 6억6800만 원, 크리스텔라사는 6억7500만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추산된다.
현대약품 주가는 3월 19일 장중 최저 2800원까지 떨어졌지만, 당뇨병 치료제 개발 기대감에 12일 최고 809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사이러스 테라퓨틱스(사이러스)와 자체 개발 중인 당뇨신약 ‘HDNO-1765’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메트포르민 성분이 포함된 당뇨병 치료제 판매를 중지하면서 반사 수혜 기대감에 상승 폭이 더해졌다.
이 회장 일가가 주가 상승 시기에 보유 주식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챙긴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에도 이 회장 일가는 신약 수출 기대감에 주가가 급등하자 보유주식 22만8563주를 장내 매도해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당시 주식을 매도한 특수관계자는 이 상무, 노 대표, 여동생 이혜숙 씨 등이었다.
2019년 4월에도 현대약품 후계자로 거론되는 이 대표가 70만 주를 장내 매도하면서 입방아에 올랐다. 당시 이 대표는 약 40억 원을 손에 챙겼고, 지분율 4.22%로 낮아진 상태다. 이후 크리스텔라를 세워 지난해 7월 현대약품 지분을 사들인 바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내부 정보를 상대적으로 접하기 쉬운 대주주가 시세차익을 위해 지분을 매도하는 건 해당 시점의 주가가 고점인 것으로 해석한다”며 “최대주주 2세가 세운 회사(크리스텔라)가 지분취득 이후 단기간에 주식을 매도하는 건 흔치 않은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