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이스라엘 소재 관련 스타트업에 3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한 후 첫 투자인 데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된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려는 현대차그룹의 의지가 드러났다.
과거 현대차그룹의 인수합병(M&A) 투자는 사업구조 재편과 부동산에 집중돼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1997~1998년 금융위기 당시 기아차를 인수했다. 이는 국내 최고의 M&A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지난 10년 사이에는 부동산 투자가 두드러졌다. 최근에는 자율주행을 비롯한 미래 기술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10년간 부동산 인수ㆍ사업구조 재편 집중=현대차그룹의 지난 10년간 투자는 부동산과 사업구조 재편이 중심이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2016년 괌 호텔 사업에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사모펀드 파이어니어홀딩스와 ‘웨스틴 리조트 괌’을 매입한 게 대표적이다. 2009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현대오토넷이 합병했다. 2013년, 2015년에는 현대하이스코의 냉연사업부 분할, 현대제철로의 합병이 이뤄졌다. 2011년에는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큰 M&A는 2014년 이뤄진 삼성동 한국전력공사(한전) 부지 인수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짓기 위해 한전 부지를 평가액의 3배인 10조5500억 원에 사들였다. GBC는 지난달 착공 허가를 받았으며 2026년 하반기까지 준공을 마친다는 목표다.
◇미래차 동력 확보 위한 지분 투자에 박차=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산업이 격변기를 맞으면서 최근 M&A 행보는 미래차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한 투자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회사를 설립하는 데 20억 달러를 투자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차그룹이 2조 원 이상의 투자금을 한꺼번에 투입한 것은 GBC 부지 인수를 제외하면 그룹 역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을 미래 핵심 동력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래차의 핵심인 자율주행 분야는 앱티브사와의 미국 합작법인을 통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2023년에는 상용화 개발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올해 초에는 영국의 상업용 전기차 전문업체 어라이벌에 1억 유로 규모의 전략투자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대ㆍ기아차가 지향하는 ‘클린 모빌리티’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기차 개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의 투자는 경영권 인수보다는 기술 확보를 위해 글로벌 스타트업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호출형 차량공유서비스) 기업 그랩과 인도의 올라에 투자한 바 있다. 이에 더해 크로아티아 고성능 전기차업체 리막오토모빌리, 독일 초고속 충전업체 아이오니티, 이스라엘 고성능 레이더 기업 옵시스 등에 투자하며 손을 잡았다.
지난 2월에는 현대캐피탈의 독일 금융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이 유럽 리스사 식스트와 식스트리싱의 지분을 인수해 범유럽 시장을 대상으로 한 모빌리티 전략을 강화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 100조 원 투자…미래시장 리더십 확보 원년”=현대차그룹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중심으로 한 미래 모빌리티를 중장기 전략 핵심으로 삼고 있다.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앞으로도 관련 분야 투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말 현대차는 ‘2025 전략’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약 61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사업 역량 강화와 전동화, 모빌리티, 자율주행 등 미래기술에 약 20조 원을 투자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대모비스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현금 사용 계획으로 미래성장 M&A에 3조~4조 원을 책정했으며 1년 차인 지난해 5000억 원을 사용했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 원 규모로 확대하고 향후 5년간 100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올해를 미래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0에서 “투자도 많이 하고 좋은 파트너들과 협력도 하고 있다”며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겠다는 모빌리티 비전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