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시장에서는 자발적 상장폐지 시 일반 주주의 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보호장치를 마련한 외국 사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19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이해상충 자본거래시 국민연금(주주) 보호:자발적 상장폐지 사례 중심으로’ 세미나에서 오성근 제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같이 지적했다.
오 교수는 “우리나라 법제상 자발적 상장폐지에 관해 상법상 명문규정이 없고 자본시장법을 통해 한국거래소에 위임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면서 “상장폐지는 소수파 주주들의 이익을 해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한 의사결정과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는 소수파 주주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수단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게 되면 증권발행인의 대주주나 최대주주의 필요에 따라 상장신청 및 상장폐지를 반복함으로써 소수파 주주의 재산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해외 사례를 언급하고 입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미국의 경우 지배주주에 ‘공정거래의 의무’를 적용하며 소수파 주주의 주식가격 산정이 공정하지 못하면 지배주주의 ‘충실의무’ 위반으로 본다.
기업거버넌스개선워킹그룹장을 맡고 있는 김봉기 대표는 “자발적 상장폐지 시 대주주와 일반 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는 상황에서 지배주주가 일방적으로 상장폐지 가격을 결정하고 있다”면서 태림페이퍼와 코원에너지 사례를 언급했다.
태림페이퍼는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PE)가 자진 상장폐지를 하는 과정에서 일반 주주의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논란이 일었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서울 강남지역 도시가스서비스업체인 코원에너지서비스는 자진상장폐지 과정에서 토지 등 기업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일반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외부독립가치평가법인의 가치평가 결과가 반영될 수 있는 절차나 미국과 같이 ‘완전한 공정성의 기준’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주주에는 국민연금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이석준 클래포드 챈스 파트너 변호사는 “미국의 주요 기업이 있는 뉴욕ㆍ델라웨어주 등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고 이사회는 주주를 위해 일하는 사람, 주주를 위해 충성의 의무와 선의성실 의무를 지고 있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의 합병이나 상장폐지를 할 때 엄격하게 공시를 하게 돼 있고, 가격 결정 절차 등을 일반 투자자에 밝히고 투표를 하게 한다”면서 “또한 상법하에서의 권리와 의무, 증권거래법에 의한 권리제도 등 다층적으로 소수 주주를 보호하는 절차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CFA한국협회 기업거버넌스개선워킹그룹이 주최했다. 이용우 의원은 인사말에서 “상장회사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불평등한 권리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코스피 3000’은 공염불이 될 것”이라며 “전문가 그룹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주길 바라며 저도 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