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2년 만에 신규 회원의 입출금 가상계좌 발급을 시작한다. 기존 계좌 발급 은행이던 기업은행과 결별하는 것으로, 업비트 회원은 케이뱅크 계좌가 있어야만 원화 입출금이 가능해진다.
21일 업비트 운영사인 두나무에 따르면 23일부터 케이뱅크와 제휴해 업비트의 신규 원화 입금 서비스를 시작한다. 기존 고객들이 사용하던 기업은행 입출금 계좌는 7월 24일 오전 10시(예정)까지만 가능하다.
업비트는 2018년 1월 '가상통화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 중 금융부문 대책 시행을 통해 가상자산 거래에 실명인증이 필요하면서부터 신규 회원의 입출금을 위한 가상계좌 발급을 중단한 상태였다. 약 2년간 신규 가입자 유치 없이 기존 회원의 거래만으로 버틴 셈이다.
업비트에선 경쟁사인 빗썸과 코인원은 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으로 신규 입출금이 가능했던 상황에서 더 이상 신규 회원 유치를 지체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주목할 점은 업비트가 20% 수준의 지분 투자자인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가 아닌 케이뱅크와 제휴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는 가입자 수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15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금융 거래가 활발한 20·30대의 절반이 가입할 정도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반면 케이뱅크는 100만 명 수준으로 파급력은 약하다.
업비트 입장에선 가상자산 거래의 주요 고객층인 20·30대 가입자가 많은 카카오뱅크를 신규 입출금 계좌로 발급하면,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 카카오의 입장은 조심스럽다. 최근 대부분의 사업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블록체인 기술 자회사인 그라운드X도 가상자산 거래소에 자사의 코인 클레이(CLAY)를 상장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반면 케이뱅크는 가입자 수도 크게 늘지 않고, 자본금 확보도 힘든 상황에서 업비트와의 제휴가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두나무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예치금 중 외부 기관에 예치된 액수가 2365억 원 규모(지난해 말 기준)로 케이뱅크 입장에선 제휴 효과를 기대해볼 수 있다.
업비트도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보다 케이뱅크가 대등한 관계에서 사업을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게다가 가입절차부터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장점도 있다. 시중은행 계좌를 개설하려면 은행 지점에 방문해야 하는데,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이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업비트와 케이뱅크의 입장과 안팎의 상황이 맞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