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5~19일) 순매도액 4억3700만 달러…지난해 8월 이후 최대 규모
해외주식을 직접 거래하는 국내 투자자들이 최근 미국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것으로 나타났다. 내달리던 뉴욕 증시가 더딘 경기 회복세에 삐끗하자 일제히 차익 실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23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지난주(15~19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주식 결제처리 기준 순매도액은 4억3700만 달러(약 5283억 원)를 기록했다.
주간 단위로 2019년 8월 둘째 주(5~9일) 기록한 4억6789만 달러어치 순매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일별로도 2011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순매도액이 연이어 나왔다.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6일 2억1396만 달러 순매도하며 지난 3월 5일(1억7996만 달러) 기록을 뛰어넘은 역대 최대 순매도액을 기록했다. 하지만 17일 2억3735만 달러어치 내다 팔며 전날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3영업일 전 거래가 결제 처리되고 예탁결제원 통계에 기록되기 때문에 지난 17일 순매도액은 뉴욕 증시가 5~6%대 폭락한 다음 날(12일) 상황을 반영한다. 지난 11일 폭락 당시 국내 투자자도 매도 행렬에 동참했고, 이튿날 뚜렷한 반등 흐름이 없자 더 많은 매물을 내놨던 셈이다.
앞서 해외직구족은 미국 주식 사재기에 열 올렸다. 지난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았다. 실제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지난 4월 역대 최대 규모인 20억8174만 달러어치 순매수하더니, 5월 15억1325만 달러 사들이며 매수 열풍을 이어왔다.
뉴욕증시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화답했다. 미국 정부와 연방준비제도의 돈 풀기로 지수가 재빠르게 회복했기 때문이다. 나스닥 지수는 전 고점을 뚫고 만 포인트를 넘어섰고, 다우산업지수와 S&P500 지수도 코로나 이전 고점에 근접했다. 달러화 강세라는 이점까지 더해져 미국 주식은 더욱 믿고 살만한 투자 대상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증시를 부양할 추가 모멘텀은 없고 침체한 경기 상황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뉴욕증시도 고점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경기 침체 장기화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상황이 기폭제가 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 실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김성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6월 FOMC 이후 미국 증시 변동성이 재차 확대됐다”며 “3개월 만에 저점 대비 41% 급등한 피로감과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실물경기 회복 속도에 갖는 의구심 등이 상존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중국 주식에 대한 국내 투자자의 순매수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 지난주 중국 주식 순매수액은 3752만 달러로 전주(1785만 달러) 대비 110.2% 증가했다. 선진국 증시 대비 덜 오르며 밸류에이션 부담은 작고, 매(코로나19)도 먼저 맞아 경기 회복 속도가 빠른 점이 해외직구족을 유인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 “미국의 경우 예상보다 빠른 5월 고용 서프라이즈로 하반기 경기 개선에 대한 기대가 부각됐지만 상반기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률의 여파로 인해 금융위기 국면보다 큰 폭의 역성장을 예상한다”며 “반면 중국의 경우 1분기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으나 2분기부터 플러스 반전된 지표의 영향으로 연간으로도 플러스 성장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