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육성 정책 펼쳐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약, 의료기기 등 ‘K-헬스케어’의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 헬스케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계는 K-헬스케어의 도약을 위해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투자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등의 정책 과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24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올 들어 5월까지 전체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1.1% 감소하는 가운데 헬스케어 분야는 지난 3월에 사상 처음 월 수출 10억 달러를 돌파했다. 5월에는 전년 동월대비 수출이 59.4% 증가하면서 전체 수출 중 헬스케어 비중은 3.4%까지 높아졌다.
이는 한국 코로나19 진단키트 등 방역제품, 의약품에 대한 글로벌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코로나19 발생 전인 작년 12월 14위 수출품목(8억7000만 달러)에서 지난 5월에는 8위 수출품목(11억7000만 달러)으로 6단계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
그러나 K-헬스케어가 지난해 기준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무역기구(WTO) 세계 헬스케어 교역통계에 따르면 작년 약 1조 달러 규모의 세계 헬스케어 수출시장에서 한국의 수출은 98억4000만 달러로 점유율은 1%, 세계 순위는 20위에 그치고 있다.
일본, 싱가포르 등 경쟁국 수준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향후 5~6년간 연평균 12.5%씩 성장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경련은 K-헬스케어 글로벌시장 퀀텀 점프를 위한 3대 정책과제를 제언했다.
우선 전경련은 K-헬스케어가 세계 시장에서 약진하기 위해서는 부진한 글로벌 제약사의 한국 투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가 지난 2000년 글로벌 제약사 유치를 위해 15년간 270억 달러 정책자금을 투입해 연구개발(R&D) 중심의 ‘바이오폴리스’, 생산 중심의 ‘투아스 바이오메디컬 파크’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글로벌 제약사를 첨단기술 선도기업으로 지정해 15년간 면세 또는 5∼15% 감면하는 파격적 세제 정책을 시행했다.
그 결과, 2015년 기준 노바티스, 로슈, GSK 등 글로벌 10대 제약사 중 7개사가 싱가포르에서 생산설비를 가동 중이고, 30개 본사, 50개 R&D센터, 50개 제조설비 등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
이에 반해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할 인센티브가 미흡한 실정이다. 한국은 글로벌 제약사가 중시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싱가포르(5~15%) 보다 높고, 제대로 된 생산인력 교육시설이 없어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아일랜드, 싱가포르로 해외연수를 떠나야 하는 실정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다행히 작년 12월 스웨덴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6억3000만 달러 업무협약(MOU) 체결이 이루어졌고, 최근 열린 한ㆍ스웨덴 통상장관 화상회의를 통해 투자 성사를 위한 정책당국의 의지가 확인된 것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경련은 개도국의 감염병 대응역량 강화 등 인도적 지원 중심의 보건의료 ODA(공적개발원조) 정책이 코로나19를 계기로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등 핵심 신남방 국가에서 K-헬스케어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지속 창출될 수 있도록 한국식 해외 의료거점을 구축·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정책목표가 추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약품 상호인증국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전경련이 30여 개 제약사,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기관의 약 30%가 코로나19 발생 전 신흥국의 인증 등 비관세규제를 해외비즈니스에 있어 최대 애로요인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관련기업은 의약품에 대한 해외 허가규정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만큼 멕시코, 페루, 스위스 등 일부국 한정 의약품 상호 인증 협정의 체결 확대를 요청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한국 기업인 입국 금지·제한 조치의 조속한 개선을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