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박원순 “억울한 경비노동자 없도록”…공제조합 설립ㆍ고용승계 지원

입력 2020-06-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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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경비원을 '고다자'라 부르겠나…갑질 문화 청산해야"

▲박원순 서울시장. (출처=서울시)

서울시가 아파트 경비원의 고용ㆍ생활 안정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입주민의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생을 마감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故) 최희석 씨 빈소에서 더는 갑질로 억울하게 피해를 보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며 '서울시 아파트 경비노동자 고용안정 및 권익보호 종합대책'을 24일 발표했다. 경비원 공제조합 설립 지원, 고용 승계 우수 아파트 인센티브 제공 등을 골자로 한 대책이다.

아파트 경비원에 대한 첫 종합 지원책은 △고용안정 △생활안정 △분쟁조정 △인식개선 △제도개선 등 5개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추진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아파트 경비원은 약 18만 명(2018년 1월 기준, 서울 2만4000명)으로 4명 중 1명(24.4%)은 입주민으로부터 욕설,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었다. 실제 계약된 휴식시간(평균 8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시간(6.2시간)을 쉬며 30.4%는 1년 미만의 단기계약으로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선 서울시는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해 ‘아파트 관리규약’에 고용승계·유지 규정을 두고 있거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단지에 보조금 등 인센티브를 적극 제공할 방침이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준칙 이행 모범단지'를 상대로 공용시설 보수비, 단지 내 휴게시설 개선비, 공동체 활성화 사업비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 인증제’도 시행해 경비노동자의 노동 환경 개선, 인권존중, 복지증진에 앞장선 단지를 매년 20개씩 선정해 인증한다.

앞서 이달 10일 서울시는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경비원에 대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폭언‧폭행 등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해 명시했다. 이는 개별 아파트 단지가 ‘관리규약’을 수립할 때 반영하는 표준모델이자 아파트 관리 헌법에 해당한다.

서울시는 경비원이 실업, 질병 등 위기 상황에서 일정한 생활 안전망을 갖출 수 있도록 상호부조 성격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하도록 돕는다.

박 시장은 "대다수가 용역 업체를 통한 간접고용인 데다가 일하는 사업장이 모두 달라 그동안 공제조합 설립이 어려웠던 경비노동자의 조직결성 역량을 높이고 공정계약 유지, 권익침해에 대한 방어권 제고 등 사회안전망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스스로 모금한 돈에 그만큼 서울시가 매칭한다든지의 방법을 통해 현재 보장되지 않는 노동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제조합은 자조조직 중심의 법인으로 설립하며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상호부조 성격의 생활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권익 침해 시 방어권을 갖도록 할 계획이다. 질병, 부상, 사망 등에 대비해 일정액을 각출해뒀다가 사고 발생 시 적립금에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고용 승계 단지를 활성화하고 공제조합을 두는 내용 등을 담은 '서울시 경비노동자 보호 조례'를 새롭게 만들고 '서울시 공동주택 관리조례'에도 관련 내용을 강화할 예정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비율이 65.7%에 달하는 만큼 전담부서를 통해 더욱 체계적인 관리에 나선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공동주택관리법 상 벌칙규정을 신설하도록 국토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경비원에게 부당한 업무지시 등 갑질을 했을 때 과태료 처분 등을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해당 법률은 경비원에 대한 적정 보수 지급, 처우 개선, 인권 존중, 부당 지시·명령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위반 시 처벌 조항은 없다.

박 시장은 "국회에서 노동법을 개정해 부당한 노동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우리 지방자치법에 따르면 서울시는 독자적인 법률을 정해 시민(주민)의 의무를 규정할 권한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센티브와 같은 행정적인 권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덧붙엿다.

서울시는 ‘서울노동권익센터’ 내 ‘아파트 경비노동자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를 설치해 갈등조정부터 법률구제, 심리상담까지 무료로 전 방위 지원한다. 부당 해고, 임금체납, 갑질 등 피해를 보거나 갈등에 직면한 경비노동자가 센터에 신고하면 해당 아파트 단지에 갈등조정전문가인 ‘우리 동네 주민자율조정가’를 파견해 당사자 간 화해를 끌어낸다. 자발적 화해가 어려울 때는 공인노무사와 변호사로 구성된 ‘서울시 노동권리보호관’이 산재처리, 부당해고 사례 구제 등에 나선다. 아파트 단지 단위 대화 기구인 ‘서로 돕는 상생협력위원회(가칭)’도 운영한다.

아울러 경비원을 ‘을(乙)’로 바라보고 업무 외 노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일부 입주민의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교육을 활성화한다. 동 대표, 관리소장 등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아파트 관리 주민학교’를 통해 노동 인권교육을 강화하고 서울시 대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옥외전광판, 영상매체 등을 홍보한다.

박 시장은 "열악한 노동환경 속에서 불합리한 처우를 받으면서도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하는 것이 우리 시대 경비노동자의 현주소"라며 "오죽하면 경비노동자를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너무 쉽다)'라고 부르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시민 10명 중 7명이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것은 일부가 아니라 사회구성원 전체가 함께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라며 "경비노동자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갑질 문화가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오랫동안 살아온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지 못한 탓"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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