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차별 행위 금지와 예방, 피해 구제 등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명칭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로 바꿔 정하고, 약칭을 '평등법'으로 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법률명이 '평등법'으로 바뀔 경우 헌법상 평등권을 증진하는 법률로 이해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인권위에 따르면 차별 행위를 정의하고 시정조치 등을 규정한 차별금지법은 '금지'라는 단어의 어감 때문에 일각에서는 개인의 행위를 과도하게 규제하는 법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이에 헌법상의 기본권인 '평등'을 법안명에 사용해 이 법안으로 달성할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회에 의견표명을 준비 중인 인권위는 평등법 시안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인권위가 준비 중인 평등법 시안에는 성별이나 장애, 성적지향 등에 따른 차별금지 조항과 함께 국가의 차별시정 의무, 차별 구제 등에 관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악의적 차별 행위에 대해서는 차별에 따른 손해액의 3∼5배를 배상하도록 하거나 차별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벌칙 조항도 포함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권위는 오는 30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평등법 시안과 함께 국회에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표명' 안건을 심의해 의결할 예정이다.
차별금지법은 인권위가 출범 초기부터 줄곧 추진해온 숙원사업 중 하나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출범한 인권위는 '차별금지법 제정추진위원회'를 꾸려 입법을 추진한데 이어 2006년에는 '차별금지법 권고안'을 만들어 국무총리에게 정부입법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 금지 조항을 두고 보수 기독교계가 반대하는 등 사회적 반발이 거셌을 뿐만 아니라 이듬해 법무부가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끝내 입법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이후로도 차별금지법은 17∼19대 국회에서 여러 차례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되거나 반대 여론에 밀려 철회됐다. 차별금지법은 20대 국회에서는 발의되지 않았다.
한편 차별금지법 입법을 추진하고 있는 21대 국회 정의당 국회의원들은 이달 29일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