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풍 맞은 일본…한국의 대일 경상수지 적자 5년 만에 최저
'전화위복(轉禍爲福)'. 일본의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불합리한 수출규제를 단행한 이후 1년을 담은 단어다.
지난해 7월 4일 일본은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과 TV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 제조 과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강화를 단행했다. 당시 일부 품목은 대일 수입 의존도가 90%에 달해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일본의 수출규제는 오히려 한국에 득이 됐다. 한국이 소재·부품· 장비(소부장) 산업 국산화와 수입선 다변화에 나서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이루고 일부 품목에서는 국산 제품 비중이 일본산을 역전하는 성과도 냈다.
실제로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액은 403만3000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2843만 6000달러보다 85.8% 급감했다. 불화수소의 일본 수입 비중도 43.9%에서 올해 12.3%로 대폭 낮아졌다.
특히 수출 규제 이후 일본은 한국으로의 수출이 줄면서 도리어 역풍을 맞았다. 한국의 일본에 대한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2018년 247억 달러에서 지난해 188억2000만 달러로 줄었다. 2014년 164억2000만 달러 이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
또한 일본 수출규제는 한국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인 '노(NO) 재팬'을 촉발했다. 올해 4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1년 전보다 87.8% 급감했으며 골프채(-48.8%), 화장품(-43.3%), 완구(-47.6%), 낚시용품(-37.8%) 등 주요 품목도 크게 줄었다. 닛산(日産)자동차는 16년 만에 한국 철수를 결정했으며 올림푸스도 20년 만에 한국에서 카메라 사업을 종료한다. 패션 브랜드 지유(GU)도 영업 중단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