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성향·고용난·박탈감은 외면…정부·여당은 '팩트'로 '분노' 설득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보안검색직원 직접고용을 놓고 청년층의 분노가 확산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재된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달라’는 내용의 청원글에는 28일 현재까지 25만8000명 이상 동의한 상태다. 23일 처음 청원글이 올라오고 닷새 만이다.
정부는 이번 인국공 사태가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아닌 간접고용 직접고용화이고 △청원경찰 직렬을 신설하는 것으로 기존 사무 직렬의 채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기존에 용역비로 지출되던 예산을 인건비로 돌리는 것으로 추가 처우개선·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는 등 ‘팩트’로 대응하고 있지만, 이런 대응은 오히려 청년층의 분노를 키우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청년층의 고용난과 박탈감,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밀레니얼세대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공감능력이 결여된’ 대응이란 비판이 나온다.
특히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기업들의 신규채용 연기·취소로 청년 구직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런 상황에 인국공 사태가 터진 것이다.
◇근본 원인은 무분별한 간접고용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직접고용화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2017년부터 시작됐다. 이때까지 인국공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상징과 같았다. 1만 명 가까운 직원 중 직접고용 정규직은 1000명을 겨우 넘었다. 2007년 만들어진 비정규직 보호법(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등)은 고용 2년을 초과하는 기간제·파견 근로자를 정규직 전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인국공은 공사와 비정규직 근로자 사이에 용역업체를 두는 간접고용으로 법을 피해갔다.
이번 인국공 사태는 2017년부터 3년간 이어진 논의의 결과물이자 기간제·파견법 취지에도 부합하는 내용이다. 직접고용 전환 대상자는 최소 근속기간이 3년 2개월로, 정규직 전환 의무가 부과되는 2년을 훌쩍 넘는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2017년 생명·안전과 직결되는 업무를 정규직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데 사회적 이견이 없었고, 인국공 보안직원 직접고용도 2년 전 합의됐다”며 “고용 방식을 놓고 잡음이 이어져 집행이 늦어진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이 청년을 분노하게 했나
인국공에 앞서선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등 상당수 공공기관이 간접고용 직원을 직접고용하거나, 이들을 직접고용할 자회사를 설립했다. 이 과정에서 노사 간 갈등은 있었으나, 이것이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진 않았다.
유독 인국공 사태에서 논란이 거센 배경은 고용지표에서 확인 가능하다. 28일 통계청에 따면, 지난달 25~29세는 인구가 6만6000명 늘었음에도 취업자는 같은 수만큼인 6만6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5월 고용률(70.6%)을 반영하면 취업자가 4만7000명 늘었어야 할 상황이다. 줄어든 취업자의 대부분은 실직자가 아닌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다. 코로나19로 신규채용이 얼어붙어서 생긴 일이다. 실업자에 비자발적 시간제, 잠재적 경제활동인구 등을 더한 고용보조지표3(확장실업률)은 26.3%로 전년 동월보다 2.1%포인트(P) 올랐다. 경제활동 청년 4분의 1이 사실상 백수란 의미다.
이병훈 교수는 “밀레니얼세대 특징이 개인주의 성향을 띠면서 권리의식이 크다는 것”이라며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정책으로 일자리를 얻는 데 대해 반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 공동대표팀을 구성할 때 공정성 논란이 나온 것도 같은 배경이다. 그는 “이런 상황에 코로나19로 청년 일자리가 귀해졌다. 인국공은 더더욱 그럴 것”이라며 “본인들은 벽에 부딪혔는데, 기존 간접고용이 직접고용된다고 하니 박탈감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의 대응도 청년들의 분노에 불을 붙였다. 이 교수는 “감정이 상했는데, 거기에 팩트를 내세우고 논리를 내세우면 받아들이겠냐”며 “이 문제는 정리보단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