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원 가천대 교수·전 경기과학기술진흥원장
세계 경제는 공급과 수요의 양축이 동시에 붕괴되면서 무역은 크게 위축됐다. 세계 유수의 경제기관들은 올해와 내년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구체적인 수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는 의료전문가들의 지적은 우리를 한층 우울하게 만든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대체로 3개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첫 번째는 신규 감염자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일정 기간 지속될 경우다. 이렇게 되면 백신의 완전 접종과 집단면역의 장기 안정화가 실현될 수 있다. 이 경우 2년 후에 ‘V자 회복’이 가능해진다. 두 번째는 주요국이 대규모 격리와 감염폭발을 수차례에 걸쳐 반복할 경우다. 제2차 혹은 제3차 감염 폭발에 의한 희생자가 많을 때는 경제회복은 잘해야 ‘U자형’이며, 대체로 ‘L자형’이나 ‘I자형’이 될 것이다. 회복 시기는 4~5년 후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집단면역이 비교적 단기밖에 지속하지 못하고 게다가 백신 재접종의 효과도 감퇴한다고 판명되고, 인도와 아프리카의 대규모 감염이 멈추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개도국 사람들의 과반수가 감염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탈출까지 7~10년의 세월이 흘러야 된다.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아시아 퍼시픽 이니셔티브 이사장은 일본의 분게이슌주(文藝春秋) 7월호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될 것인가, 그중에서 어떻게 하여 최소한도의 희생에 그치고 경제활동을 유지할 것인가, 거기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 교훈을 어떻게 살릴 것인가가 결국 나라의 흥망을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택수 전 한국정책재단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두 번째 경우인 4~5년의 시나리오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중기적 경제재건 플랜을 짜고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전략이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악화일로에 있는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기업들의 다양한 생존전략이다. 이들 전략의 핵심은 제4차 산업혁명 기술과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 코로나19로 시장화가 가속되거나 새롭게 열리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 아마존닷컴은 자율주행기술개발 기업인 미국의 죽스(Zoox)를 12억 달러(약 1조3000억 원)가 넘는 가격에 매수한다고 발표했다. 스탠퍼드대학 출신 기술자들이 2014년 설립한 죽스는 인공지능(AI) 기술자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의 연구개발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둘러싼 환경이 악화한 틈을 타서 유력 기업을 싸게 매수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주 중국의 최대 승차공유 애플리케이션 기업 ‘디디추싱’(滴滴出行)은 상하이에서 자율주행 택시의 시험운영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5억5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의 주행데이터를 활용해 완전 자율주행인 ‘레벨4’에서 앞서가고 있는 미국 기업들을 추월하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일본 NTT그룹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리모트 월드’(분산형 사회)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세대 통신규격인 5G와 로봇을 활용해 재택근무를 확대하고, 의료와 교육, 농업에서도 원격으로 사람의 손이 필요 없는 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즈는 비디오 회의가 있으면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할 수 있고 오피스 없이도 일할 수 있게 된다는 콘셉트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박문수 생산기술연구원 박사(KIAT 산업기술정책자문단장)는 “코로나로 세계의 분절이 가속하고 있어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의 국내 회귀, 에너지 자립이 필요하다”며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로 산업들을 연결시키는 일이 지금부터의 산업정책에서 최대의 핵심적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위드 코로나’ 시대 진입의 현실을 인식하고, 기업들이 생존전략을 수립해 추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