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9일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마이너스(-) 1.5%로 유지하며, 다른 고소득 국가들보다 선방할 것으로 전망했다.
S&P는 지난 26일 발간한 ‘대차대조표 불황 조짐에 아태지역 경제적 손실 추정치 3조 달러 근접(Asia-Pacific Losses Near $3 Trillion As Balance Sheet Recession Looms)’에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1.5%)를 유지하며 이같이 예상했다.
숀 로치 S&P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은 성공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통제, 신속한 경제활동 재개, 표적형 재정 완화 정책,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영향이 작은 IT 산업에 대한 높은 익스포져 등을 바탕으로 강한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한국은 지금까지 이례적일 정도로 탁월한 대응을 보여주었으며 경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IT 산업도 어려운 시기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S&P는 올해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가 1.3% 역성장하겠지만, 내년에는 6.9% 반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향후 2년간 경제적 손실은 약 3조 달러(약 360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올해 아태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은 격차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일본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6%에서 -4.9%로 하향 조정했다. 소비세 인상 여파가 올해 일본 경제 전반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에 따른 것이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효과적으로 보이는 일본의 코로나19 대응과 엄청난 규모의 재난 지원금에도 민간소비는 지난해 실시한 소비세 인상의 여파에서 여전히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심성 많은 일본 소비자들이 코로나19 이전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어 소비 진작과 경기회복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2021년에는 일본 경제성장률이 3.4% 반등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1.2%와 7.4%로 종전대로 유지됐다. 보고서는 “경제는 회복하고 있지만, 민간부문의 경기심리는 여전히 불안한 상황”이라면서도 “민간 소비가 신속히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부양책이 있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사태가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인도의 경우 올해 경제가 5% 역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호주는 신규 확진자 수가 더는 증가하고 있지 않고, 소비자 활동이 크게 반등했지만, 고용시장이 여전히 악화하고 있어 올해 경제가 4%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종전 1.8%에서 0.7%로 하향 조정됐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아직 증가추세에 있는 데다 경제활동이 급격이 위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말레이시아도 올해 경제성장 전망치가 -1.1%에서 -2%로 하향조정됐고 태국도 -4.2%에서 -5.1%로 떨어졌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아태지역 국가들은 효과적인 거시경제정책 수립을 통해 대체로 코로나19에 적절히 대응해 왔다”면서 “이는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고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이 되었지만 늘어난 부채는 경기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P는 ‘대차대조표 불황(balance sheet recession)’을 현재 부각되고 있는 위험이라며 주목했다. 이는 기업과 가계 등 주요 경제 주체들이 취약한 재무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고 소비와 부채를 줄이면서 오는 불황을 뜻한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는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시작되지 않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수 있다”면서 “이는 백신이 개발된 후에도 투자감소, 더딘 경기회복, 영구적인 경제 피해가 지속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