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이 과거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홍역을 치룬 내츄럴엔도텍의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자회사 유한건강생활을 통해 직접 경영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거래정지 상태인 내츄럴엔도텍은 새 주인을 찾은 데 이어 빠르게 실적 회복을 보이면서 거래재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26일 유한양행은 자회사 유한건강생활과 내츄럴엔도텍 전환사채 각각 158만8118주, 총 317만6232주를 서흥으로부터 양수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취득가액은 3408원으로, 총 양수도 대금은 108억2400만원이다.
유한양행에 지분을 넘긴 서흥은 의약용 하드캡슐 생산 기업으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인수를 내세워 내츄럴엔도텍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에 서흥은 지난 5월 루터PE가 보유한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양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 70억 원에 내달 발행될 40억 원의 전환사채도 받을 예정으로, 총 310억 원을 투입하게 된다. 서흥의 인수금액은 내츄럴엔도텍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인 324억 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번 매각으로 서흥의 지분율은 35.22%에서 27.60%로 낮아졌지만, 유한양행을 전략적 투자자(SI)로 앉히면서 경영 안정성을 더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백수오 시장에 새 판을 짜고 있는 서흥은 내츄럴엔도텍에 새 옷 입히기부터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내달 17일 열릴 임시주주총회에서 박금덕 서흥 사장, 강종수 유한건강생활 대표를 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다. ‘가짜 백수오’ 파동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된 사명 역시 큐엘에이치앤비(QL H&B)로 바꾼다.
거래재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내츄럴엔도텍은 지난 3월 20일 최근 5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사유로 인해 5월 6일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으로 결정돼 주식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올해 1분기 영업손실 4억5000만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80%가량 적자폭을 줄였다. 인수자 측도 거래재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백수오 관련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내츄럴엔도텍 지분을 인수하고, 경영 참여에 나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내츄럴엔도텍은 과거 ‘가짜 백수오’ 제품 파동으로 논란이 된 기업이다. 당시 검찰 수사 결과 백수오와 이엽우피소의 혼입을 막는 검증 시스템은 미비했지만, 고의적으로 보긴 힘들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독성시험, 위해평가에서도 안전하다는 결론을 나왔지만, 시장의 불신을 회복하지 못해 실적이 크게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