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평의 개평(槪評)] 중년, ‘나’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

입력 2020-06-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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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차장

코로나19로 개학이 늦어지는 동안에도 자녀를 키우는 지인들은 학원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학원이 휴원하기도 했지만, 대부분 개학 전 다시 문을 열었고 가정 내에서도 사교육비를 줄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3월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32만1000원으로 2007년 정부 사교육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매년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 사교육비 총액은 21조 원으로 전년 19조5000억 원보다 1조5000억 원 증가했다. 저출산 기조로 매년 학생 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사교육비는 늘고 있다.

최근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4명이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면 암담하고 불안한 기분이 든다고 답했다. 38.9%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답했고,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는 응답자는 24.2%에 불과했다.

노후 생활 중 가장 우선순위로 걱정되는 것은 ‘경제력’이 61%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노년을 안정적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월평균 216만 원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노년을 위한 경제적 준비를 국민연금에 의존한다는 답변이 절반을 넘었다.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자금 마련을 거의 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34.6%에 달했다.

노후 준비를 못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는 현재의 소득 자체가 적다는 직장인이 51%로 높았지만, 이어 자녀 교육비가 25%로 2위를 차지했다.

이렇다 보니 노후자금의 최대 복병은 자녀라는 얘기도 나온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투자서 ‘존리의 부자되기 습관’에서 사교육비는 투자에 쓰라고 조언하면서, 자식들에게 경제적 이익을 주자고 주장했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 ‘나’의 미래를 위해서 자녀의 교육만큼 노후를 위한 준비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발표한 ‘2020 미래에셋 은퇴라이프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직장인 응답자 중 39%는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을 몰랐고, 52%는 사적연금 적립액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답했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균형을 맞춘 자산관리를 통해 노후를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노후를 위해서 앞으로 얼마까지의 금액을 벌어야 하고, 어느 정도의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가 필요한지 정해야 한다. 그 목표를 위해 저축과 투자의 비중을 결정해야 한다.

당분간 저금리 환경이 지속될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가속화되면서 경제성장은 발목이 잡혔고, 코로나19로 상황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단순히 은행에 돈을 넣어두는 것만으로는 노후에 대한 대비책이 될 수 없다.

재무 설계는 자산이 많은 사람만 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여유 자금이 많지 않은 사람들이야말로 평생에 걸쳐 지출을 관리하고 저축이나 투자를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 학습해야 한다. 현재 나의 자산을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자. 시간은 멈추지 않고 노후는 반드시 다가온다.

pe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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