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100억’ 임대료 막기 위한 움직임...하이트진로 사옥 매각때처럼 우협과 최종 인수자 달라질 듯
두산건설 논현동 사옥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든 가운데 두산건설의 우선매수권(콜옵션) 행사 여부가 매각전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이 연간 1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 출혈을 막기 위해 우호적인 조건을 제시한 운용사를 물색해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하나대체투자운용(이하 하나대투운용) 등 논현동 사옥 매각자 측은 23일 본입찰을 진행,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이번 매각전의 대상은 하나대투운용이 가진 약 80%의 지분이다.
하나대투운용이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위해 사옥 매각을 진행하면서 두산건설 입장으로서는 ‘사옥 임대료’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두산건설은 2013년 하나대투운용에 논현동 사옥의 79.95%% 지분을 넘기고 해당 건물을 2028년까지 15년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형태로 건물을 사용하기로 했다. 당시 지분 매각가는 약 1400억 원이었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발생한 일산 위브더제니스 관련 부채 상환의 여파를 감당하기 위한 조치였다. 대신 매각 6년 차인 올해부터는 두산건설이 해당 지분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확보했다.
문제는 해당 계약에 따라 두산건설은 2028년까지 건물을 책임 임차해야 하지만 올해 말 두산 분당센터 입주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책임임차(마스터리스)가 가능한 투자자를 구하지 못할 경우 두산건설은 사용하지도 않는 건물에 대한 연간 100억 원에 달하는 임대료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시장에서는 두산건설이 사옥 매각 입찰 과정에서 보유하고 있는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건설이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서 콜옵션을 행사해 조금이라도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두산건설은 콜옵션 행사를 검토하기 위해 이번 매각 본입찰과 별개로 마스턴투자운용과 에버딘에셋매니지먼트을 포함한 부동산 전문 운용사 3곳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트진로의 서초사옥 매각때처럼 두산건설 사옥 매각전 역시 우선매수권이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것”이라면서 “우협은 선정됐지만 결국 우선매수권을 가진 두산건설이 자사에 유리한 조건을 제시한 곳을 최종 인수자로 선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3월 하이트진로 서초사옥 매각전에서는 해당 사옥을 소유한 유경PSG자산운용 측이 당초 신한리츠운용을 우협으로 선정됐지만, 최종 인수자는 KB자산운용이 됐다. 우선매수권을 보유하고 있던 하이트진로가 권리를 행사한 이후 직접 매수가 아닌 제3자 지정해 우선매수권을 양도했다. 재무적으로 부담스러운 직접 인수 대신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임대차 조건 등 회사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통상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영업일 기준으로 2주일 내로 딜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두산건설이 늦어도 내달 중순 안으로는 우선매수권 행사와 관련해 제3자 지정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산건설 관계자는 “사옥 매각자 측에서 공문형태로 최종가격을 전달해주면 그 이후에 우선매수권 가격과 우선매수권 행사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