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글로벌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종목이 시총 최상단에 대거 이름을 올린 반면 세계를 주름잡던 금융사들은 밀려났다. 코로나발 지각변동으로 업종별 전망도 희비가 갈리는 모습이다.
2일 블룸버그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종목 50개를 분석한 결과 14개사가 반도체 기업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시가총액은 총 5조9048억 달러로 전체 시가총액(18조8414억 달러)의 31.3%를 차지했다. 14개사 중 TSMC(대만), 삼성전자(한국), SAP(독일)을 제외하고 모두 미국 기업이다.
종목별로는 애플(1조5811억 원 달러)과 마이크로소프트(1조5433억 달러)가 각각 2위, 3위를 차지했다. 이어 비자(3754억 달러)가 10위, 마스터카드(2968억 달러)가 15위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TSMC(2794억 달러, 19위) △인텔(2533억 달러, 23위) △엔비디아(2263억 달러, 25위) 등이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621억 달러로 세계에서 21번째로 시가총액이 컸다.
이는 코로나19 여파로 재택근무ㆍ온라인 수업 등 언택트가 활성화되면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전세계 주가지수 이익수정비율 반등 국면에서 IT 등 성장스타일 섹터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며 “코로나19로 악화된 기업환경 속에서도 차별화된 성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부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동영상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 업종도 급부상했다. 알파벳(9663억 달러)과 페이스북(6474억 달러), 텐센트(6145억 달러)는 차례로 5,6,7위를 기록했다. 이어 버라이즌(2281억 달러, 26위) △AT&T(2153억 달러, 29위) △월트디즈니(2014억 달러, 34위) △넷플릭스(1967억 달러, 36위)로 나타났다.
반면 금융과 에너지 업종은 경기 침체로 직격타를 맞으면서 시가총액 규모도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웰스파고는 2275억 달러에서 1049억 달러로 반토막이 나면서 순위도 36위에서 93위로 밀렸다. 씨티그룹도 46위에서 95위로, 뱅크오브아메리카도 15위에서 33위로 떨어졌다.
석유화학 기업 로열더치와 엑슨모빌도 각각 2335억 달러에서 1215억 달러로, 2952억 달러에서 1890억 달러로 급감했다. 동시에 순위도 32위에서 76위로, 18위에서 40위로 추락했다. 다만 사우디아람코만은 현재 시가총액 1조8329억 원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가총액을 자랑했다.
증권가는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은 이상 당분간 반도체와 커뮤니케이션 업종이 글로벌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한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삶의 기반이 온라인 중심으로 이동했다”며 “미국 기준 IT와 자유소비재 업종에 대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