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현직 프리미엄' 효과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선거에서 현 지사인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후보의 재선이 확실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5일 NHK와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은 출구 조사 결과를 근거로 고이케 지사의 당선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NHK 출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이케 지사의 예상 투표율은 60%에 육박해 야마모토 다로(山本太郞) 레이와신센구미(新選組) 대표와 우쓰노미야 겐지(宇都宮健兒) 전 일본변호사연합회 회장 등을 여유 있게 제칠 것으로 관측됐다.
도쿄지사 선거는 이날 오전 7시부터 1800곳 투표소에서 진행돼 오후 8시 종료됐다. 개표는 6일 새벽에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거리 유세를 단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온라인 선거 운동을 진행했다.
이번 선거에서 고이케 지사의 재선이 유력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현직 프리미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코로나19와 관련한 기자회견에 나서 대중 노출 빈도를 높였고,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이 내년 7월로 연기된 직후인 지난 3월 긴급사태로 코로나19를 대응해야 한다고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 유권자들로부터 호감을 샀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이케 지사의 재선은 사실상 여권의 승리로 평가할 수 있다. 고이케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집권 자민당과 연립 여당인 공명당이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사실상 그를 후원하기로 가닥을 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주요 야당 세력은 후보를 단일화하지 못하고 표를 분산시켰다.
입헌민주·공산·사민당 등 야당 연합의 후원을 받은 우쓰노미야 전 회장은 거리 유세 등을 통해 고이케 지사의 코로나19 대응을 비판했고, 야마모토 대표도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취소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대세에 지장을 주진 못했다.
고이케 지사가 예측대로 재선에 성공한다면 정치적 지위는 한층 공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지사는 참의원 1선(임기 중 사퇴), 중의원 8선, 방위상, 환경상, 오키나와·북방영토 담당상 등을 지낸 뒤 2016년 도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성 최초로 도쿄지사가 됐다.
일각에서는 이번 승리를 발판으로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까지 넘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의원내각제 특성과 일본 정치 환경을 고려할 때 아직 요원한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