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가 매매 이후에도 호가 연일 상승…전세 매물 찾기도 '하늘의 별따기'
"혹시 집 내놓으실 생각 없으세요? 7억 원까지 받아줄 수 있습니다."
서울 구로구에 사는 K씨는 최근 부동산 중개업소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고 깜짝 놀랐다. 거래를 한 적도 없는 부동산에서 대뜸 아파트를 팔라는 것에 놀란 것이다. 실제 거주를 위해 집을 샀던 K씨는 집을 팔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도 '집을 팔라'는 중개업소의 지속적인 휴대폰 문자 공세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거주 집주인에 잇따라 매도 타진
잇단 부동산 규제에도 최근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집을 사려는 사람도 많아지자 중개업소들이 매물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와 실거주 요건 강화 등으로 매물 잠김 현상이 앞으로 더욱 심화할 수 있어 이같은 매물 확보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매매수급 동향지수는 108.5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지수는 현장 공인중개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공급과 수요를 0~200 사이의 점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점으로 100을 초과하면 '매수자가 많다'를,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들어 줄곧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5월 100 아래까지 떨어졌었던 서울의 매매수급지수도 지난달 109까지 올랐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등을 중심으로 매수자 우위시장이 형성됐으나 연이은 정부 규제로 매도자 우위시장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규제 일색의 부동산 대책 탓에 시장 불안이 심화되면서 집값 역시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의 아파트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18.0을 기록했다. 매매가격 전망지수 역시 100을 기준으로 높을수록 향후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우세하다는 뜻이다.
◇호가 껑충 뛰자 매물 '눈치보기'
이에 서울의 경우 강남뿐 아니라 강북 등 외곽지역에서 집값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6·17 대책의 부작용으로 '역풍선효과'가 나타나면서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금관구'(금천·관악·구로구) 등의 아파트값이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지역에선 신고가를 경신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달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단지 전용면적 58㎡형(5억2000만 원)와 구로구 구일우성 전용 59㎡형(5억800만 원)은 사상 처음으로 거래가가 5억 원을 넘겼다.
관악구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1차 전용 71㎡형은 지난달 28일 10억 원에 팔려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다. 금천구 한신아파트 전용 89㎡형도 지난달 20일 6억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연일 급등하는 가격에도 사려는 사람이 줄을 서면서 현재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는 신고가보다도 수 천만 원 이상 더 오른 상태다. 그럼에도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는 게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노원구 J공인 관계자는 "정부 규제에도 집을 사려는 문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대출 규제 등을 피할 수 있는 6억 원 이하 아파트를 사려는 투자 수요가 특히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구로구 Y공인 관계자는 "물건을 중개하려고 해도 매물 없어 개점휴업 상태"라며 "집을 팔만 한 사람들에게 먼저 매도를 권하지만 오르는 집값에 집주인들도 선뜻 물건을 내놓지 않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 매물 확보는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강남 지역에선 '전세 씨가 말랐다'는 표현까지 나올 정도다.
강남구 대치동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요건을 강화한 6ㆍ17 대책 때문에 그간 전세를 내놓았던 집에 집주인들이 들어오면서 강남에서 전세 물건을 찾기가 힘들 지경"이라며 "그나마 몇 개 있던 물건들도 가격이 너무 올라 세입자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