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넘어 소재와 ICT까지 협업 가능, 미래차 전반에 걸쳐 동맹 여지 남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7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전자 회장과 만남보다 “동맹 영토가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재계의 중론이다.
단순히 ‘배터리’라는 굴레를 벗어나 소재와 ICT기술은 물론 미래차의 핵심인 5G 통신 분야까지 협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총수 회동의 정례화' 전망도 힘을 얻게 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날 오전 충남 서산에 자리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찾는다.
이곳은 SK 배터리 사업의 핵심 거점인 동시에 모태 격이다. 2012년 양산을 시작했고, 2018년 제2공장까지 추가해 가동 중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배터리 정상회담은 지난 5월에 시작했다. 글로벌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고, 지난달에는 구광모 LG 대표를 차례로 만났다.
이들과의 회동은 삼성SDI 충남 천안사업장과 LG화학 충북 오창공장에서 각각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이날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기술 개발 현황을 듣고, 최 회장과 함께 배터리 생산설비를 둘러본 뒤 오찬을 함께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과의 만남은 정 수석부회장의 마무리 현장 행보로 분석된다.
SK그룹 측에서는 최 회장을 비롯해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동섭 배터리사업 대표, 이장원 배터리연구소장 등이 참석한다.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전시회에서 정 부회장과 친분을 쌓아 온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도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앞서 이재용 부회장과 구광모 회장과의 1~2차 회동과 이날 최 회장과의 회동은 양측 모두 운신의 폭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진다.
단순히 전기차를 위한 배터리 동맹을 넘어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미래 모빌리티 사업 전반에 걸쳐 SK그룹의 영역이 겹치기 때문이다.
미래 모빌리티에 필수적인 배터리는 물론, 첨단소재와 반도체, 빅데이터 기반의 정보통신기술(ICT)까지 협업의 여지가 남아있다는 의미다.
나아가 5세대(5G) 이동통신 및 인공지능(AI) 분야 역시 양측의 협업이 절실한 상태다.
실제 올해 ‘CES 2020’에선 최재원 부회장과 김준 사장이 PAV 모형이 전시된 현대차 부스를 방문해 정 부회장, 지영조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장(사장) 등을 만나며 양측이 서로의 사업 분야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정의선 부회장의 이날 SK 공장 방문으로 지난 5월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의 만남으로 시작한 '배터리 회동'도 마무리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를 앞두고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와의 협업을 통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전기차 순위 5위권에 올라있는 만큼, 2025년까지 전기차 약 55만 대를 판매해 수소전기차를 합쳐 세계 3위권으로 올라선다는 계획이다.
나아가 재계에서는 이번 배터리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총수 회동이 정례화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상호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모색 중인 만큼 머지않아 구체적인 성과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회담을 시작으로 ‘재계 총수 회동의 정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 부회장이 이미 몇몇 주요 그룹 총수에게 이 같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