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속으로] 연애가 아닌 결혼이다

입력 2020-07-0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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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주식투자와 연애는 ‘선택’이란 단어로 하나가 된다. 멋진 연인을 선택해야 행복해지듯이 좋은 기업과 함께 해야 삶의 질은 개선된다. 널리 알려진 월가 격언 중에 ‘주식과 결혼하지 말라’가 있다. 특정 주식과 너무 깊은 사랑에 빠지지 말라는 의미로 인용한다. 실제 현실에서도 결혼을 연애의 무덤이라고 한다. 결혼은 달콤한 연애가 아닌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애를 하든 연애 끝에 결혼을 하든 우리는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싶어한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좋은 기업을 만나 연애를 하고 싶지 않은가. 나아가 좋은 반려자라면, 결혼이라는 공동체를 꾸리고 싶지 않은가? 좋은 기업과 만나 시간을 나의 편으로 만들 때만이 저금리 시대 살아남을 수 있다. 월가 격언과 달리 주식과의 결혼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 보는 이유이다.

남자는 첫사랑을 못 잊는다. 아쉬움일 거다. 그때 그랬다면,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서툴지만 않았다면… 그리고 못다한 사랑이 주는 상대방에 대한 아련함도 한 몫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사랑이다. 첫사랑에 실패한 사람이 그 다음 사랑을 만나면 이번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할 것이다. 좋은 옷도 입어보고,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연애의 정석’ 따위의 책도 보고, 이벤트와 선물로 상대방을 기쁘게도 해 줄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 않다면 다른 사람은 어떨까?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게 연애의 방식이다. 하지만 기본은 같다. 상대방을 이해해야 하고, 그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 오랜 세월 다른 세상을 살아온 상대방을 내 세상에 데려오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세상과 그 사람을 이해해야 한다. 그 기본이 되어야 주변의 부수적인 것들이 사랑을 이루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주식시장을 이해하고, 좋은 기업을 선택해 그 기업을 이해하고, 파악해야 한다. 주식을 첫사랑처럼 그때 살 걸, 그때 다른 곳에 투자할 걸 하면서 정치상황, 경제 변환 등 주변의 환경으로만 판단해서 접근한다면 좋은 대상을 찾을 수도 없고, 오래 지속할 수도 없다. 첫사랑이 그립고, 아련한 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고, 기억의 왜곡이 만든 환상 때문이다. 그러나 주식을 아름답게 추억하려고 시작하는 이는 없다. 주식과 괜찮은 연애를 시작하려면 공부가 아닌 대상 그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아름다운 연애를 한다면 결혼까지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성실하고 건강하게 가정을 이룬다면 연애의 좋은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주식에서도 내실 있고 성장하는 기업을 골라 그 기업과 길고 긴 연애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한다면, 미래를 함께할 수 있다. 주식도 연애가 아닌 결혼이 나쁘지 않은 선택인 것이다.

남은 질문은 좋은 반려자와 좋은 기업의 기준이다. 세 가지 정도가 떠오른다.

첫째, 신뢰이다. 건강하고, 아름답고, 능력마저 뛰어난 애인이라도 습관적으로 거짓말을 한다면 다툼이 이어지고, 결국 헤어지게 된다.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 대로 자신을 드러내야 상황을 파악하고,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주식투자도 다르지 않다. 속임수가 드러날 때, 투자는 실패한다. 배우자를 선택함에 있어 화려한 외모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진솔한 마음이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화려한 사옥과 장밋빛 청사진보다 중요한 것은 솔직함이다. 적절한 공시, 투명한 실적 예고, 그리고 그 무엇보다 회계적 속임수는 없어야 한다.

둘째, 재무적 안정성이다. 낭비가 심하고, 돈관리를 못하는 배우자 때문에 힘든 이를 주위에서 가끔 본다. 배우자의 잘못으로 가계의 현금흐름이 막히면, 행복했던 가정도 한 방에 무너진다. 기업이 살아남고 성장하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돈, 바로 재무적 안정성이다.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기업이나 가정은 돈을 잘 관리하는 역량이 배우자나 기업에게 있는가에 달려 있다. 배우자나 기업의 잘못으로 채무불이행으로 진행되면, 나의 자산은 헐값에 누군가에게 넘어간다. 아니 영구자본손실로 사라진다. 부채를 통제할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해야 하는 이유이다.

셋째, 함께하려는 마음이다. 부부는 함께 발전해야 한다. 한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면, 대화가 사라지고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신과 자신의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배우자와 함께해야 한다. 기업도 다르지 않다. 성과가 나오며 배당 내지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에게 보답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관계의 전제조건은 주주가치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투자는 연애와 유사하다. 온갖 이론과 방법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상대방을 알아야한다. 연애의 완성은 결혼이다. 힘든 상황이 와도 함께할 수 있는 진솔한 이를 찾았을 때 결혼을 선택하게 된다. 코로나시대, 상황은 어렵고, 좋은 기업은 선명히 드러난다.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폭은 더더욱 좁아졌다. 성장이 희소해질 수록, 성장의 가치는 더 높아진다. 생존하고 파이를 키우는 기업을 찾았다면, 연애가 아닌 결혼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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