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한 관계자는 “당장 호실적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며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사법리스크라는 설상가상의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다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신냉전, 중국의 반도체 굴기, 일본 수출규제 확산 가능성 등 변수가 산적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문제는 오너에 대한 사법 리스크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현장 경영 등을 통해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선 것이 2분기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가 그동안 멈추지 않고 이어온 투자의 결과다.
이병철 선대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동안 삼성은 위기에도 과감한 투자를 중단하지 않고 오히려 몰아붙였다. 이를 통해 초격차를 유지하며 글로벌 톱 기업으로 올라섰다.
이재용 부회장 역시 지난달 평택 캠퍼스에 낸드 플래시 신규 라인 증설 투자를 발표하는 등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사법 리스크에 또 다시 시달린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삼성의 신화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발등에 떨어진 불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싼 검찰 수사다.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10대3이라는 압도적인 결론으로 이 부회장 불기소를 권고했지만 여권 정치인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를 무시하고 이 부회장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며 검찰을 압박하고 있다.
이 사건은 그 실체부터 명확하지 않다. 수사심의위도 그런 취지의 판단을 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정치적 시민단체들이 주장해 온 사건이다.
법원이 앞서 민사소송에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삼성물산 합병 건에 대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를 고집한 것은 검찰권 남용이다. 2017년 진행된 삼성물산 합병 무효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 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주장해 온 것도 정치적 논리로 결과가 뒤바뀌었다.
2016년 10월에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감리에 대해 문제없다는 의견을 내 코스피에 상장됐다. 이 문제를 가장 강하게 제기해 온 참여연대의 질의에 금감원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2018년 4월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출신이 금감원장에 임명되면서 한 달 만에 불법으로 통보됐다.
“횡단보도로 잘 건넜는데, 갑자기 횡단보도를 지우고 옆에 다시 그리더니 무단횡단했다고 하는 꼴 아닌가요?” 재계 관계자가 털어놓은 속내다.
검찰이 불기고 권고에도 기소를 강행할 경우 이 부회장은 향후 몇 년 동안 또다시 매주 재판정에 서야 한다. 국정농단 사건 1심 재판이 이뤄진 2017년과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당시 이 부회장은 4개월여 동안 53차례 재판에 불려갔다. 재판에 소요된 시간도 하루 평균 9시간에 달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3년 동안 이 부회장의 법적인 문제로 회사는 마비 상태에 놓인 것이나 다름없었다”면서 “신성장 분야에 대한 과감한 도전이 부재했다”고 지적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에서 “가혹한 위기상황이다” “불확실성의 끝을 알 수 없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평소에도 “글로벌 기업, 100년 기업이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은 변화의 물결을 타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해왔다. 사법 리스크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삼성과 국가 경제를 위해 더욱 분발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촉구한 것이다.
삼성은 달리고 있다. 열쇠는 검찰이 쥐었다. 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의 기소독점 폐해를 제거하기 위해 스스로 만든 개혁 제도다. 재벌 총수라고 해서 무조건 구속을 외치는 모습은 민주화 이전인 1970~80년대와 다를 게 없다.
달리는 삼성을 격려하지는 못할 지언정 족쇄를 채우면 안 된다.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중단하고 이재용 부회장이 정상 경영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역사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