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담보 안전자산 강조했지만…신용대출 상품으로 공시 변경 후 실제 판매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 넥펀이 지난달까지 신용대출 상품을 담보대출로 허위 공시해 판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넥펀은 경찰 수사로 투자금을 반환하기 어렵게 됐다며 돌연 영업을 중단했다. 이 업체 대출잔액은 251억 원에 달한다.
13일 금융당국과 업계에 따르면 P2P 업체 넥펀은 법인 중고자동차 매매 상사를 대상으로 최저 연 7%에서 최대 24%의 고정금리를 제공하는 상품을 동산 담보대출(자동차)로 공시해 최근까지 판매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은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상품으로 사실상 신용대출이었다는 게 지난달 법무법인 주원이 작성한 법률 실사보고서를 통해 드러났다.
해당 보고서는 “귀사(넥펀)가 자동차담보대출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상품의 경우 근저당권이 대출 시 설정되지 않아 자동차담보대출이라고 볼 수 없으며 신용대출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이 경우 사후적으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거나 차입자 소유의 자동차를 처분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귀사에 우선하는 채권자가 존재하는 경우 채권을 상환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넥펀은 해당 상품의 투자를 받을 당시 “차량 매입자금의 안정적 조달과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담보대출”이라고 적었다. 실제로 담보대출이란 안정성을 믿고 투자를 진행한 이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투자자는 넥펀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펀은 ‘담보대출’의 안정성을 강조해 상품을 판매해 왔다. 넥펀은 자체 홈페이지 투자 상품 가이드를 통해 “‘중고차 담보대출 상품’은 제2의 안전 자산인 자동차의 특성을 활용해 근저당 설정을 통한 확정 담보로 투자자보호를 강화한 상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신용대출로 공시를 변경한 이후 넥펀이 실제로 판매한 담보대출은 2건에 불과했다. 사실상 대부분이 신용대출이었던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선 담보대출이 안전한데, 사실상 신용대출이었다면 차주가 신용리스크에 처해 상환을 못 하게 될 수도 있다”라며 “사전에 P2P 업체가 투자자에게 약속한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펀은 P2P대출 가이드라인도 어긴 정황도 드러났다. 넥펀이 법무법인 주원에 제공한 자료에는 “연체 발생 사실이 없어 연체 발생 시 통지 및 공시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 보고서가 작성된 지 한달여만에 넥펀은 투자금 반환이 어렵다는 이유로 영업을 중단했다.
P2P대출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P2P대출 금융사는 연체 채권이 발생하는 경우 그 사실 및 사유를 투자자에게 바로 알리고, 연체 발생 채권의 채권 추심 현황 및 관리 실태를 월 1회 이상 주기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넥펀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예치계좌가 정지된 상황에서 투자금 반환이 불가능해 넥펀의 주주는 더 이상 회사경영이 어렵다고 판단돼 당일(9일) 오후 영업중단 및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라며 “현재 수사 중인 사건이 어떻게 종료될지 알 수가 없어 금일부터 투자자분들의 투자금반환은 어려울 것 같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