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달 현행 0.25%인 증권거래세를 0.15%로 인하하고 연간 2000만 원 이상 수익을 낸 사람에게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을 내놨다. 양도세율은 주식 양도차익 3억원 이하는 22%, 3억원 초과는 27.5%에 달하고 장기 투자 혜택도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관련 업계는 물론이고 투자자들도 불만의 목소리를 내면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문제는 양도세를 부과하면서 거래세를 유지키로 한 것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식으로 2000만 원을 넘게 번 개인은 거래세도 내고 양도세도 내야 한다. 때문에 이중과세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독일·일본 등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꼽히는 나라들에서는 거래세 없이 양도세만 부과한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경우 1년 이상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는 장기 투자자에게 낮은 세율로 분리과세 하고, 영국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통해 투자할 경우 모든 수익에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투자자들이 올린 비난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한 청원인은 "대한민국 증시는 세계 증시 중 이머징 증시 국가에 포함되고 있는데 이머징 증시 국가 중 주식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국가는 없다"고 비난했고 또 다른 투자자는 "양도세 부과대상을 크게 올려 현금부자들이 유입돼야 한다"며 "국내증시가 성장하기 위한 정책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미 대만이 실패한 경험이 있음에도 비슷한 길로 가고 있다는 비난도 있다. 앞서 대만의 경우 지난 1988년 세제개편 발표 후 19일 만에 지수가 8798포인트에서 5615포인트로 36.2% 급락했고 거래대금도 크게 줄어 세수까지 줄어드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당에서도 세제 개편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고, 야당은 거래세 폐지 내용을 담은 금융세제 법안을 준비 중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정기 국회 개원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개선안이 언제쯤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우리 증시는 ‘동학개미운동’이라는 큰 성과를 바탕으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목격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박스권에 머물고 있는 주가 지수를 한단계 끌어올리고, 개인 투자자들도 우량 기업에 투자해 실적을 공유하며 투자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전환점에 서 있다.
하지만 정부가 눈앞의 세수 확보를 위해 이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장기 저금리 기조로 시장의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에서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자금을 막으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건전한 투자 문화를 조성해 증시로 유입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이다.
건전한 투자를 통해 건실한 기업을 육성하는 선순환을 만들 수 있는 기로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