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 “가전시장, 4분기부터 위기…오너십 절실”

입력 2020-07-15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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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크’ 등 성과…포스트 코로나 가전트렌드는 ‘위생’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이 15일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관련임원들과 판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CE부문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4분기부터 내년 가전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사장은 15일 소비자 중심의 새로운 가전 사업 방향인‘프로젝트 프리즘(ProjectPRISM)’을 발표 1년을 맞아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는 한종희 사장(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이재승 부사장(생활가전사업부장), 강봉구 부사장(한국총괄) 등 관련 임원들도 동행했다.

◇“3분기까지는 괜찮아…4분기부터 내년 어려워” = 이날 김 사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하반기는 성장시장 중심으로 락다운(봉쇄조치)이 풀려가고 있다. 3분기까지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걱정되는 건 4분기부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일어나는 현상은 억눌린 상태에서 풀리는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아마 세계 경기, 소비자심리, 실업률 영향받는 게 4분기일 것”이라며 “경기가 얼어붙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라고 걱정했다.

김 사장은 내년 전망도 어둡게 봤다. 그는 “내년에는 올해와 같은 ‘보복 소비’ 수요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여러 가지 나쁜 현상들이 나올 것”이라며 “특히, 자국 보호가 강해질 것이고, 국가 간 무역 마찰로도 나타날 수 있다. 삼성전자는 90% 이상이 해외 매출인데, 이런 자국보호 경향이 심해지면 우리한테는 큰 위기”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 (사진제공=삼성전자)

◇ “전문경영인만으로는 한계…리더 역할 필요” = 김 사장은 위기상황에서 강력한 오너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게 리더다. 전문경영인이 서로 돕는 체계로만은 잘되지 않는다. 전문경영인을 큰 변화를 만들 수 없고, 빅 트렌드를 못 본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은 “전문경영인들은 큰 의사결정을 할 수 없다. 불확실성 시대에 대규모 투자나 인재 영입 같은 걸 해결해줄 사람이 누구일까. 큰 숲을 보고 방향을 제시해 주는 리더 역할은 이재용 부회장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2007년 이 부회장이 유럽 최대 가전ㆍIT 전시회인 IFA에 와서 제품들을 살펴보고 ‘LED 제품이 앞으로의 트렌드’라고 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2009년 LED TV를 출시했고, 그 뒤로 모든 LCD TV가 LED TV로 바뀐 계기가 됐다”고 일화를 소개했다.

또 그는 “2012년 당시 TV 리모컨에는 버튼이 50~80개 있었는데, 이 부회장이 버튼을 10개 이내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버튼을 없애는 대신 음성인식 리모컨을 최초로 만들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삼성이 30년 묵은 숙제를 풀었다’고 극찬할 정도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기소 여부를 놓고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오너의 역할론을 강조한 것이다.

▲삼성전자 김현석 대표이사 사장(CE부문장)이 15일 서울 논현동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서 관련임원들과 판매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 “냉장고 30% 성장…포스트 코로나 가전 트렌드 ‘위생’ = 김 사장은 삼성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에 방문해 최근 출시한 신제품의 판매동향을 살펴보는 동시에, 이례적으로 곧 출시할 신제품을 매장 직원들에게 공개하고 판매 일선의 가감 없는 의견을 청취했다.

프로젝트 프리즘은 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다채로운 색상으로 투영되는 것처럼 삼성 가전이 다양한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라이프스타일 가전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 첫 번째 결과물로 작년 6월‘비스포크(BESPOKE)’ 냉장고를 공개하며 ‘맞춤형 가전’ 시대를 본격화했고, 올 1월에는 인공지능 기반으로 세탁ㆍ건조 경험의 혁신을 보여 준 ‘그랑데 AI’, 7월에는 비스포크 개념을 외부에서 내부까지 확장한 럭셔리 냉장고 ‘뉴 셰프컬렉션’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이제는 가전을 나답게’라는 슬로건을 가전 제품 마케팅 전반에 적용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삼성 가전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이 같은 소비자 중심 혁신은 사업성과에도 크게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작년 6월 비스포크 냉장고 도입 이래 포화된 국내 냉장고 시장에서 실질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거둬 상반기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성장했다.

세탁기와 건조기 역시 그랑데 AI 출시에 힘입어 상반기 누계로 전년 동기 대비 국내 시장에서 각각 35%, 60% 수준 매출 성장을 이뤘다.

김 사장은 “냉장고 시장은 포화돼 매년 5% 전후로 성장하는 교체수요 시장이다. 그러나 상반기에만 30%가량 성장했다”며 “재밌게 본 현상은 김치냉장고의 하반기 비중이 높다. 김치냉장고 상반기 비중이 25%밖에 안 됐는데 지금 38%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가전 트렌드로 ‘위생’을 꼽았다. 김 사장은 “코로나가 종식된다더라도 포스트 코로나가 나올 수 있다. 위생 문제를 해결한 업체와 접촉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위생에 대한 관심 굉장히 높다. 그 라이프스타일에 적응 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재택근무에 대한 긍정적인 생각도 밝혔다. 그는 “재택근무는 검토중이나 결정된 건 없다. 재택근무를 하게 되면 인프라 시스템들이 자기 집에 형성이 되어야 하고, 엔지니어, 마케팅 다 재택방법이 달라야 한다”면서 “큰 방향은 재택근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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