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철 자본시장1부 기자
세금 제도는 정치다. 나라가 어느 곳에 세금을 덜 내게 하고, 더 내게 할지는 집권세력의 정치적 결정이라는 뜻이다. 최근 여당은 증권거래세 폐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3000조 원에 달하는 시중 자금을 부동산시장에서 자본시장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다. 주택시장에는 반대로 보유세ㆍ양도소득세 등 세금 부담을 늘려가고 있다. 어차피 집 가진 사람은 보수적인 성향이니 ‘동학개미’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복안일지 모른다.
국민 입장에서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좋을까? 현재 상장사들의 주식을 거래할 때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 세율은 0.25%다. 국내 자본시장과 뚜렷한 경쟁 관계에 있는 중국(0.1%), 대만(0.15%), 홍콩(0.1%) 등과 비교할 때 꽤 높은 수준의 세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를 신설해 여기에 양도세를 부과하고, 증권거래세 세율을 2023년까지 0.15%로 낮추는 내용의 ‘금융세제 선진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0.15% 역시 높다거나, 아예 폐지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도 많다. 대만도 증권거래세 세율이 0.15%로 정부안과 같지만, 양도세는 따로 없어 우리처럼 ‘이중과세’ 부담이 없다. 또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로 자본시장 간 외국자본 유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헥시트’로 홍콩에서 빠져나가는 자금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초미의 관심사인 상황에서 말이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를 마냥 폐지하기에는 부담도 작지 않다. 우선 증권거래세가 없으면 외국인들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과세할 수 없다. 또 증권거래세는 고빈도매매 등 시장불안 요인을 억제하는 일종의 과속방지턱 역할을 한다. 연간 8조 원 수준의 세수도 정부 입장서 포기하기 힘든 자금줄이다.
향후 금융세제 개편을 두고 정부는 증권거래세 유지를, 집권당은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의견 충돌 속에 흥미로운 아이디어가 나와 소개한다. 지난 15일 국회 토론회서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는 증권거래세를 폐지하지 않는 대신 추후 소득공제, 세액공제 형태로 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법이 있다고 제언했다. 증권거래세의 기능은 남겨두되 투자자들의 부담은 덜자는 것이다. 실제 적용에는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정치권이 여러 생각을 더 듣기 위해 노력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