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개꼴로 규제 법안 나와… 서울 전세 매물 잠기고, 가격 '껑충'
정부에 이어 여당까지 부동산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여당 의원들의 잇따른 부동산 관련 법안 발의에 부동산 시장, 특히 서울 전세시장 불안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사흘에 한번 꼴로 세입자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 발의가 쏟아지면서 강남은 물론 강북지역에서까지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세시장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규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55주 연속 상승…강남권 아파트 전세 한달 새 1억 넘게 '↑'
한국감정원은 7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이 지난주(0.10%)보다 0.13% 올랐다고 16일 밝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5주 연속 상승세다.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강동구(0.30%)가 서울에서 가장 많이 올랐고, 강남(0.24%)·서초(0.21%)·송파구(0.26%) 등도 높은 상승률을 나타냈다. 마포구(0.19%)와 성동구(0.15%), 서대문구(0.14%), 성북구(0.12%) 등 강북권 주요지역도 전셋값이 강세를 보였다.
강동구에서는 고덕동 '고덕 아르테온' 전용면적 59㎡형이 지난달 26일 7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에 비해 1억5000만 원가량 높은 가격이다. 그나마 전세 매물이 없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형은 지난 달만해도 5억 원에 전세 거래됐으나 지난 2일엔 6억9000만 원 전세 계약됐다. 최고 거래가다. 같은 기간 이 아파트 전용 76.79㎡형도 5억 원에서 6억 원으로 1억 원 오른 가격에 전세 거래됐다.
인근 H공인 관계자는 "가격이 오른 것도 문제지만 매물 잠김 현상이 너무 심해졌다. 집주인들이 불안감에 집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정부 규제 뿐 아니라 학군 수요가 많아지는 시기와 맞물리게 되면 전셋값은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강북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6월 이전에만 하더라도 마포구 염리동 '마포 자이' 전용 84㎡형 전셋값은 7억7000만 원이었으나 이달 8억5000만 원에 계약됐다.
◇여당 의원들, 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발의 '봇물'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은 정부의 고강도 규제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대폭 늘린 7·10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정부가 '임대차 3법'(임대차신고제, 계약갱신청구권제, 전월세상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임대차 3법이 시행될 경우 전세금을 올리기가 어려워질 걸 걱정한 집주인들이 미리 전세 금액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여당까지 합세해 불안감을 키우면서 향후 전세가격 불안이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동산 정책 관련 지방세법 일부개정법률안 2건을 비롯해 종합부동산세법 일부개정법률안 14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20건 등 총 36건이 발의됐다.
21대 국회 개원이 5월 30일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하루에 하나씩 부동산 법안이 제출된 셈이다. 그 중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사흘에 하나씩 법안이 나왔다.
법안이 나올수록 규제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 이날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는 신규 계약에도 전·월세상한제를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주택의 임대차 계약이 종료된 지 1년 내에 새로운 임대차 계약을 체결할 때는 종전 계약의 차임 등에 증액상한율을 곱한 금액을 초과해 차임 등을 정하지 못하게 했다.
또한 임대료 증액 상한 기준도 보다 엄격해졌다. 기존 임대차 3법의 5%가 아닌 한국은행 기준금리에 3%포인트를 더한 비율으로 정한 것이다.
◇전문가들 "임대차 3법 속도조절 해야"
시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의 규제 '속도전'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임대차 3법의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나 현재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는 무리한 추진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전세시장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 관련 법안들이 너무 과격한 것이 문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는 "정치권에서 부동산 법안을 포퓰리즘적 정책으로 접근하고 있다"면서 "임대차 3법은 서민의 주거 안정이 목적인데 이번에 나온 법안들은 오히려 주거 안정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