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한 달 동안 수도권 아파트값은 평균 0.64% 올랐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2017년 8ㆍ2대책부터 2020년 현재까지 대출과 세금을 통한 수요 억제 정책들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수요자들의 규제에 대한 내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6ㆍ17 대책에서 정부는 수도권 대부분 지역과 대전, 충북 청주를 부동산 규제 지역으로 지정하고 대출 규제와 재건축 절차를 강화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 같은 강경책이 주택 수요자의 불안 심리를 부추겨 집값을 올렸다고 풀이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집값 상승률이 0.71%로 가장 높았고 경기와 인천 지역 상승률은 각각 0.59%, 0.31%였다.
서울에선 강북구(1.35%)와 송파구(1.29%), 구로구(1.20%), 도봉구(1.18%), 강동구(1.14%) 순으로 집값 상승률이 높았다. 이 가운데 강북구와 구로구, 도봉구에선 중ㆍ저가 아파트가 많아 '가격 따라잡기' 현상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송파구와 강동구에선 잠실 스포츠ㆍ마이스(MICE) 산업단지 개발 호재가 집값을 띄웠다.
경인 지역에선 광명시(1.21%)의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의왕시(0.92%)와 용인시(0.89%), 인천 중구(0.78%)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윤 연구원은 "6ㆍ17대책으로 인해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유동성이 다시금 기반시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경기도 광명, 의왕 일대로 유입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
6ㆍ17 대책이 맥도 못 춘 채 무력화되자 정부는 이달 '주택 시장 안정 보완 대책(7ㆍ10 대책)'을 발표해 다주택자의 세금 부담을 늘렸다. 17일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상승률은 0.12%로 전주(0.12%)보다 상승 폭이 줄었다. 정부는 조만간 주택 공급 확대 방안도 내놓을 계획이다.
윤 연구원은 "사실상 임대사업자 혜택까지 폐지하면서 다주택자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하반기에 증여와 매도 사이에서 절세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만 서울 도심 내의 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주택자가 조금씩 내놓을 매도 물량으로 시장이 실제 안정될지는 다소 의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