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자동차 산업 전통 강자들이 전기차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JS)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시장 상황이 악화했지만 새 전기차 모델 출시를 계획대로 진행한다.
GM은 2022년 초 ‘해머’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2023년까지 전기차 20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GM은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에 2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에는 한국 LG화학과 손잡고 23억 달러(약 2조7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포드도 ‘머스탱’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고, 일본차 업체 닛산도 최근 자사의 첫 전기차 SUV를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 경쟁을 본격화했다.
전통 강자들이 전기차에 큰 베팅을 걸고 있는 데는 전기차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반영해서다. 또한 배출가스와 관련해 각국 정부의 규제가 까다로워지고 있는 점도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시장 진입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테슬라가 단연 선두 주자이지만,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들도 선전하고 있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 세 배 이상 뛰었고 현재 주당 150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GM, 폭스바겐, 도요타를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에 올랐다.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피스커는 역인수합병(비상장기업의 주주들이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통해 29억 달러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리비안오토모티브도 25억 달러의 신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내년 초 전기차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공장도 없는 수소트럭 제조회사 니콜라는 지난달 상장 이후 한때 포드차의 시총을 넘어서기도 했다.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전기차의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기차 경쟁이 불붙으면서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의 자동차 애널리스트 존 머피는 “수년 내 출시가 예상되는 350종 차량 가운데 절반이 전기차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전기차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달리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전기차의 판매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판매된 신차 가운데 전기차는 3%에 불과했다.
충전소 부족과 상대적으로 비싼 차량 가격 등 제반 여건도 구매 의욕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소비자들은 연료비 절약 및 세금 혜택에도 비싼 차량 가격을 감당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 사태도 독이 됐다. 경기 위축으로 신차를 구입하려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았다. 또 글로벌 원유 수요 감소 우려에 유가가 붕괴한 것도 전기차의 매력을 갉아 먹었다. 최근 미국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20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1% 저렴한 수준이다.
치솟은 실업률과 경기 침체 장기화도 미국인의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딜로이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37%가 고가 제품 구입을 미뤘다고 답했다.
그럼에도 자동차 업체들은 밀고 나가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