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총영사관 폐쇄 보복전으로 번진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그 중심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를 움직이는 매파가 자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년간 대중국 강경 입장을 주장하는 매파들과 줄다리기를 해왔다. 중국과 무역 협상 체결을 시도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켜세우며 중국과의 굳건한 관계를 강조했다.
그러나 21일 미국 텍사스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 폐쇄 통보는 이 같은 트럼프의 균형 노선이 무너지고 매파가 살아남았다는 의미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홍콩 문제, 신장 위구르 자치구 인권 탄압, 기술 탈취, 지식재산권 절도 등에 질려버린 트럼프가 매파에 힘을 실어줬고 이에 수십 년 만에 가장 적대적인 정책이 구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 마이크 폼페이오가 이끄든 매파 사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 정부의 중국 무시 전략을 순진하다고 비판하면서 이 같은 전략을 끝내고 반격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미 행정부 내부 관계자는 폼페이오와 그의 사단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미국과 공산주의와 독재 정권의 중국은 근본적으로 공존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19일 폼페이오는 “지금 미국은 지난 20년간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중국에 대응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미국은 후퇴로 중국의 공격에 대응했지만 더 이상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폼페이오는 대중국 포위망을 구축하기 위한 글로벌 연합체 형성에도 뛰어들었다.
매파 사단의 배경에는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중국 태생의 미국 학자인 마일스 위 미 해군사관학교 역사학과 교수와 멍치앙 퍼듀대 공대 학장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이 두 학자는 중국이 서구의 가치를 받아들이도록 하는 노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백악관 내부 관계자 따르면 매파 사단이 주도권을 쥐면서 회의에서는 온건한 목소리조차 설 자리가 없는 분위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중국에 외교 채널을 가동하자는 의견에 정책이 분열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이 같은 매파 일변도 분위기에 대해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우려를 내비친다. 전 주중 미국 대사 맥스 바커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조치에 대해 “일정 부분 선거적”이라면서 “중국이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폼페이오의 의도가 중국의 행동 변화에 있다면 그는 실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직 외교관들은 미국이 반테러, 기후 변화, 핵 확산 방지 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미국 정부가 지나치게 적대적인 정책으로 기울고 있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덩샤오핑 전 중국 국가주석의 통역 겸 외교관을 지낸 정치 전문가 가오쯔카이는 “미국 정부 내에서 중국을 굴복시키기 위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환상에 빠진 것”이라면서 “미국은 10~15년 안에 결국 미국을 넘어설 중국과 협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