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여름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고 있던 중 국제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상대는 다소 들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기자님 저희 싸이월드가 50억 원 투자받았어요. 싸이월드 이제 부활합니다”
그후 시간이 지난 현재. 그 싸이월드는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출퇴근길에 위치해 이따금 찾아가보는 싸이월드 사무실은 사람의 왕래가 끊긴지 오래인 듯 보였다. 굳게 닫힌 문앞에 붙어있던 로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져 나가, 현재는 온전한 스펠링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전제완 대표는 임금 체불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싸이월드가 가진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지금이야 접속도 뜸하고 기억에서 잊힌지 오래지만, 2000년대 초반 대한민국은 “싸이월드 안하면 친구가 없다”고 할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현재의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전 국민적으로 사랑받던 플랫폼이었다. 싸이월드가 폐업처리됐다는 보도가 나왔던 지난달에는 싸이월드에 저장된 어릴 적 추억의 사진을 찾기 위한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할 정도다.
싸이월드는 현재 코스닥 상장사를 중심으로 M&A를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최소 한 곳 이상의 기업이 싸이월드 인수에 관심을 보여 조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이 폐업하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나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인수 조건이 맞아 싸이월드가 기업에 흡수된다고 해도 과거의 싸이월드를 유지하는 것은 반대다. 서비스를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과거 이용자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그대로 옮겨야 하는데, 제3자가 해당 데이터를 열람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민감한 데이터에 대한 개인정보 인식이 강화된 만큼 이를 반길 이용자는 많지 않을 듯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싸이월드가 기업에 인수돼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 그림이다. 싸이월드의 이름은 그대로 살리면서 과거와는 다른, 현재에 적합한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싸이월드는 한국판 인스타그램으로, 그렇지 못한다면 추억의 싸이월드로 사라져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