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펙트⑧]
코로나발(發) 쓰레기가 지구를 덮치고 있다. 최대 방역 도구였던 일회용 마스크와 장갑은 물론 ‘집콕’ 확산으로 음식 배달이 늘면서 포장 쓰레기가 급증한 탓이다.
안 그래도 지구의 숨통을 죄어오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코로나19로 더 악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영국, 포르투갈 등 일부 국가에서는 코로나19 방역에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서 추진해오던 플라스틱 사용 제한도 보류했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넘쳐나는 코로나 쓰레기를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팬데믹보다 더한 환경 위기가 인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쓰레기 양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까지 추산된 양만 해도 엄청난 수준이다.
중국 환경부에 따르면 1월 20일부터 4월 11일까지 중국 전역에서 처리된 의료 폐기물량은 약 25만 6000t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 지역의 병원에서 코로나 발생 절정기에 매일 240t 이상의 쓰레기가 발생했다. 평소 40t 대비 6배 증가한 수치다.
지난 5월, 중국에서 하루에만 2억 장이 넘는 마스크가 생산됐다. 바꿔 말하면 하루 2억 개의 마스크가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미국 컨설팅회사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은 미국에서 두 달 간 코로나19로 발생한 의료 폐기물량이 1년치에 해당하는 양이라고 추산했다.
태국 환경 관련 기관에 따르면 배달 음식 증가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하루에 1500t에서 6300t으로 증가했다.
일본 하천이나 해안에서도 코로나 쓰레기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터키와 유럽 해안도 의료 폐기물에 뒤덮였다. 프랑스 남부를 중심으로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는 5월부터 마스크와 소독용 알크올 빈 용기가 해안가 등지에서 나뒹굴기 시작했다고 보고했다. 단체 측은 “프랑스에서 20억 개 이상의 일회용 마스크가 주문된 것을 고려하면 곧 지중해에 마스크가 해파리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 환경단체들은 이런 쓰레기가 코로나19 이전부터 해양 생태계 파괴 주범이었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악화시킨다고 경종을 울린다. 일회용으로 생산되고 있는 방역 도구들은 미세 플라스틱을 만드는 폴리프로필렌, 폴리에틸렌 등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수술용 마스크는 폴리프로필렌과 같은 플라스틱을 포함한 부직포로 돼 있어 생분해가 되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물속에 소용돌이치면서 대부분 미세 플라스틱으로 불리는 작은 조각들로 분해된다. 많은 어류들이 플라스틱 조각을 소비하고 실제 이를 먹이로 혼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며, 적어도 600종의 다양한 야생동물이 오염으로 인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미세 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따라 인간이 섭취하고 체내에 축적되는 등 생태계와 인간을 위협한다.
국제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매년 800만t의 플라스틱이 바다에 버려지고, 이는 해양 쓰레기의 80%를 차지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보호장비 공급이 매달 40% 증가해야 팬데믹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고 추산한 바 있다. 대책을 시급히 마련하지 않는 한, 코로나 쓰레기가 재앙이 돼 돌아올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변화하지 않으면 코로나발 쓰레기 대란은 생태적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고 각국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6월 8일 ‘세계 해양의 날’에 화상 메시지를 통해 “팬데믹과 싸우는 만큼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보존 및 지속 가능한 해양을 위해 세계 국가 간 협력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