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겸 사업가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보정속옷 브랜드 ‘스킴스’에서 출시한 심리스 마스크가 ‘매진’ 이라고 표시돼있다. 출처 스킴스 웹페이지 캡처
올해 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할 당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마스크 착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심각해지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마저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쓰고 “마스크 착용이 애국”이라고 강조하는 등 인식이 크게 바뀌었다. 이제 마스크는 보호구이자 개성을 드러내는 패션 용품의 한 종류, 의견 전달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50개 주 중 36개 주가 공공장소와 다중시설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 미국에서도 마스크는 낯설지 않은 아이템이 됐다. 마스크에 대한 반감이 유독 심했던 미국인들은 이제 감각적인 마스크를 찾느라 고민한다. 다양한 마스크 중에서도 유명인들이 착용한 마스크는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미국의 배우 겸 사업가 킴 카다시안이 자신의 보정속옷 브랜드 ‘스킴스’에서 출시한 심리스 마스크는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착용한 파란 마스크는 언론에 사진이 공개된 뒤 주문량이 폭주하기도 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16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착용한 채 워싱턴 D.C.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D.C./AP뉴시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마스크가 새로운 패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4월부터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자 마스크에 자신이 응원하는 스포츠팀이나 애니메이션 로고, 국기 등을 그려 넣는 유행이 번졌다. 모자 브랜드 소속으로 최근 마스크 디자인에 뛰어든 클라우스 뮬 바우어 디자이너는 일본 NHK와의 인터뷰에서 “마스크를 옷이나 피부, 눈 색깔에 맞춰 선택할 수 있게 디자인했다”며 “앞으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일상생활에 잘 적용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스크의 인기가 높아지자 판매 장소도 다양해졌다. 독일 베를린에서는 지하철역에 마스크 자판기가 생겼다. 대중교통을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마스크를 쉽게 살 수 있도록 만든 것이다. 자판기에서 판매하는 면 소재 다회용 마스크 가격은 5.5유로(약 7703원)다. 지하철뿐만 아니라 네일 샵과 세탁소에서도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고 적힌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포틀랜드/AP뉴시스
마스크는 개인의 패션 감각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에 대한 소신을 드러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에서는 시민들이 검은색 마스크 위에 하얀 글자로 시위 구호를 적어 착용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최근 타탄체크 무늬 마스크를 쓰고 나와 화제를 모았다. 타탄체크 마스크는 스코틀랜드의 전통을 상징하는 동시에 수익금이 노숙자 지원 기금 마련에 사용되는 제품으로 의미와 실용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마스크가 패션 용품으로 소비되는 것에 우려스러운 반응도 나온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마스크가 유행의 영역으로 이동하면 정체성의 상징이 된다”며 “마스크는 개인을 표현하는 첫 번째 표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불평등의 표식이 될 수 있다”며 “자본주의에서 기회는 종종 위기의 시기에 찾아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