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물, 흙.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요소는 단순하다. 중요한 건 ‘정도’와 ‘균형’이다. 직사광선이 강하면 성장을 멈추고 수분이 과하면 뿌리가 상한다. 토양이 두꺼워도 싹이 뚫고 나오기 힘들다. 반대로 빛과 물이 부족하면 고사(枯死)하고 흙이 없으면 뿌리를 내릴 수 없다. 과해도 죽고 부족해도 죽으니 생장은 결코 쉽지 않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자본시장에 일으킨 파장이 크다. 사모펀드를 악용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동원했다. 운용사는 투자처를 공공기관으로 속였고 증권사는 분명한 실사 없이 상품을 팔았다. 사내 변호사는 계약서를 조작했고 펀드는 무자본 M&A(인수합병)에 부당하게 쓰였다. 피해는 당연히 투자자에게 돌아갔고 당국은 부랴부랴 해결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여러 방안은 업계의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은행이나 보험사 등 판매사를 대폭 줄이고 투자자의 최소 투자금액을 최대 5억 원까지 상향하는 등의 내용이다. 대부분 판매 제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취지는 이해하나 애꿏은 피해자가 발생한다. 증권사는 사모펀드를 팔기 어려워지고 고수익을 원하는 중산층 투자자는 참여 기회가 박탈된다.
사모펀드는 애초 고수익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위험을 감수하고 사적인 계약을 맺기 위해 찾는 공간이다. 고위험을 감수할 각오가 돼 있는 사람들을 금액으로 판단할 수 없다. 찾는 사람과 파는 사람, 수요와 공급이 불균형해질 때 시장은 무너진다. 피해자를 막겠다고 판매처를 줄이고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식은 햇빛을 막은 꽃에 물만 주는 것과 다름없다.
균형을 갖춘 적당한 규제가 필요하다. 당국은 무엇보다 시장이 안전하고 건전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고심해야한다. 피해자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시장을 구성하는 참여자들의 의견도 귀기울여야 한다. 사모펀드를 둘러싼 잇딴 사태의 핵심은 ‘범법’과 ‘악용’이었지 투자자들이 아니었다. 허술한 감독망을 보완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국내 도입 이후 사모펀드는 자본시장 꽃으로 불리며 뿌리를 내려왔다. 정부의 지원과 투자자들의 참여로 필요할 때마다 적절한 모험자본을 공급해 왔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문을 닫아버리면 시장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부족한 건 채우되 넘쳐서는 안 된다. 이번 사태에도 여전히 사모펀드를 찾으며 고수익에 목말라하는 투자자가 많다. 균형이 건강한 꽃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