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28일 전체회의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합의안을 의결했다. 이 자리에 문재인 대통령도 참석했다. 협약 의결에 정부와 경영계 대표, 한국노총이 참여했지만 노동계의 또 다른 축인 민주노총은 빠졌다.
노사정 대화는 처음 민노총의 제안으로 시작돼 참여주체들이 5월 대표자회의를 출범시키고 40여 일간의 논의를 거쳐 잠정 합의안을 만들었다. 지난 1일 이에 대한 협약식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막판에 내부 강성 조합원들이 반발하고 나선 민노총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노사정 대타협이 물 건너갔다. 민노총은 23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합의안의 찬반투표를 통해 결국 추인을 거부했다. 대화 참여를 주도했던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도 퇴진했다.
노사정 합의안에는 일자리와 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노력, 노사의 고통분담 및 상생 협력, 사회안전망 확충, 공공의료 인프라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추진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고용 유지와 기업 살리기,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 등이 주요 과제로 포함됐다. 노사정 주체들은 협약 이행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특별위원회도 설치키로 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와 고용에 미치고 있는 충격이 어느 때보다 크고, 위기를 넘기 위한 노사정 대타협의 시급한 상황에 대해서는 강조할 필요도 없다. 한국 경제는 올해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3.3%였다. 성장을 견인하는 수출이 1분기 동안 16.6%나 줄어든 영향이다. 이렇게 최악인 경우가 없었다. 고용시장 붕괴는 당연한 결과다. 통계청 집계에서 6월에도 취업자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35만2000명 줄었다. 3월 이후 4개월 연속 감소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가장 긴 마이너스 추세다. 세금일자리 비중이 큰 60대 이상을 제외하고, 20대부터 50대까지 경제활동 주력 계층 일자리가 모두 감소했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실업자 수, 실업률 모두 최고치다. 고용시장 개선 전망도 어둡다. 코로나19 창궐이 멈추지 않으면서 장기화하는 국면이고, 세계 각국의 경제활동이 언제 본격 재개돼 회복으로 돌아설지 안갯속이다.
이번 노사정 타협이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를 되살리고 고용을 유지하는 출발점이 돼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갈등 요인인 민노총이다. 민노총은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 강경한 장외투쟁 노선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위기에 대한 인식이 결여된, 대기업 정규직 중심 ‘귀족노조’의 한계다. 그런데도 정부의 노동정책은 줄곧 민노총에 휘둘려 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민노총의 사회적 합의 거부는, 그들 스스로 내부의 민주적 토론과 타협 역량이 없음을 입증했다. 신뢰할 수 없는 상대와 대화는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