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의원 대표 발의…업계 "조세제도 개선으로 경쟁력 강화 기대"
사상 최악의 경영환경을 맞닥뜨리며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는 정유업계가 원가 절감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과 수요 급감으로 ‘적자’ 수렁에 빠진 정유업계를 지원하기 위한 개별 소비세법 개정이 추진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만 석유제품 생산공정용 석유류에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며 원가 경쟁력이 다소 떨어졌던 국내 정유사들은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진한 시황에 더욱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인 국가기간산업인 석유산업의 경영 불확실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나아가 국내 제조업의 원가상승을 낮출 수 있는 개별소비세법 개정이 추진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추경호 미래통합당 의원은 석유제품 생산공정용 석유류에도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를 적용하는 내용의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을 이날 대표발의했다.
추 의원은 “날로 심화되는 석유산업 경쟁 속에서 원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석유중간제품(중유)에 대한 수요는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 19로 인한 소비 감소로 위기에 빠진 석유산업 지원을 위해 생산 원료로 사용되는 중유에 대한 조건부 면세 추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 의원은 “개별소비세는 특정 물품의 소비행위에 부과되는 것인데, 석유 공정 원료로 사용되는 제품에도 과세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이다”며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해 석유산업 경쟁국과의 조세 형평성을 개선하고, 원가 상승 부담을 낮춰 제조업을 비롯한 국내 산업경쟁력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에서 개별소비세 조건부 면세 대상 석유류는 의료용, 의약품 제조용, 비료제조용, 농약제조용 또는 석유화학공업용 원료 등 5가지 용도에 대해서만 적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가 석유중간제품을 수입 및 구매해 석유제품 생산의 원료로 사용하더라도, 석유중간제품이 중유로 간주돼 사실상 개별소비세가 일부 과세돼 왔다.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는 ℓ당 17원으로 2018년 납부세액은 731억6000만 원(미환급액 362억9000만 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쟁국들은 중유에 대해 과세하지 않거나, 중유에 과세하더라도 석유제품 생산의 원료로 사용할 때는 과세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유럽연합(EU) 및 아시아 등 주요 66개국 중 우리나라만 석유제품 생산공정 원료용 중유(석유중간제품)에 과세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세제도는 국내 정유업계의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생산단가에도 영향을 미쳐 국내 제조업의 원가 상승을 초래한다.
경쟁국인 일본은 원료용 중유에 대해 원유와 마찬가지로 관세 및 내국세를 면세하고 있어 석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치가 시급한 상황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지속적인 투자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고도화 시설 증설을 통해 경쟁력 강화 노력을 지속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 화석연료 사용 절감 및 친환경차 사용 증가로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특히 아시아·중동 등 경쟁국들의 정제설비 확충으로 공급 증가에 따른 역내 경쟁이 극심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한 중국 정유사와 원유 도입 비용 우위인 중동 정유사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국내 정유업계는 원유보다 가격이 10~15% 낮은 석유중간제품(중유)를 정제공정 원료로 수입해 석유제품을 생산함으로써 원가 경쟁력 제고에 노력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쟁 심화에 코로나 19로 인한 세계 경제 침체까지 더해져 국내 정유업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조세제도 개선으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중간 제품에 대해 조건 면세가 이뤄진다면, 정유업계로서는 연료 선택의 다변화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