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이 치솟고 있는 원자재 펀드에서 뭉칫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금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가격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의 발을 빼는 모양새다.
최근 원자재 펀드로 짭짤한 재미를 봤던 투자자들에게는 지금 환매에 나서야 할지, 계속 가져가는 게 나을지 판단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신규 진입에 신중하라고 조언한다.
30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주일 새 원자재 펀드에서 1188억 원(29일 기준)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지난 1개월 동안에는 1조 2692억 원의 뭉칫돈이 이탈했다.
원자재(주식)에서는 1주일새 33억 원이 유입됐지만, 한 달 새 209억 원이 이탈했다.
원자재 펀드는 주로 금, 원유 등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비슷한 성격의 천연자원펀드에서도 1주일 동안 1416억 원, 1개월 동안 1조 3032억 원이 이탈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영향으로 애물단지였던 펀드 수익률이 살아나면서 손절매나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원자재 펀드의 1개월 수익률은 9.62%에 달한다. 3개월 수익률은 무려 62.42%에 달한다.
하지만 연초 후 수익률은 -14.49%에 달하고, 1년과 2년 수익률도 각각 -12.33%, -12.72%에 이른다.
그 배경에는 급값 상승이 있다. 약달러는 코로나19 이후 침체의 길을 걷던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특히 금과 은 등이 안전자산 역할을 하면서 인플레이션 헤징 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원자재들의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0.5%(8.80달러) 오른 1,953.4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4거래일 연속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물론,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를 염두에 두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금 등 원자재 가격이 과도하게 급등해 차익실현 매물이 더 나올 수 있고, 중국과 미국 경제지표 부진으로 수요 약화에 대한 우려도 쉽게 사라지지 않으리라고 보기 때문이다.
자산운용 전문가들은 “하루아침에 거품이 꺼지진 않겠지만, 신규 가입을 고려하는 투자자라면 변동성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고, 거치식으로 한 번에 큰돈을 맡기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장기 추세가 훼손될 정도는 아니라는 전망이다. 유럽연합(EU)에 이어 이날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만큼 아직은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어서 국제 원자재 가격의 장기 상승 추세는 유효하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중앙은행들이 물가 안정보단 경기회복에 초점을 두고 있어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며 “향후 원자재 가격의 완만한 회복이 전망돼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으로 금의 매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