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첫째 주(8월 3~7일) 회사채 발행시장은 다소 한산한 분위기 속에 하나은행, 신한생명보험, 키움캐피탈 등이 채권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선다.
31일 크레딧업계에 따르면 8월 첫째 주에는 제일 먼저 신한생명보험이 3일 2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총액을 최대 3000억 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신한생명보험은 신종자본증권 등급과 관련해 한국신용평가에서 AA-(안정적), 나이스신용평가에서는 AA0(안정적)로 평가받고 있다. 수요예측 시 공모희망금리 밴드로 연 3.20%~3.80%를 제시해 금리 메리트를 부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구채 만기일자는 2050년 8월 11일로 30년이다. 다만 발행 후 5년부터 조기상환(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붙는다. 이번 자금 조달은 신 지급 여력제도(K-ICS)와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앞두고 자본 변동성 대응을 위한 조치다.
하나은행(AA0)은 자본비율 확충을 위해 4일 30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 나설 예정이다. 대표주관사는 KB증권이 맡았다. 만기는 10년으로 회사는 지난 3월 3500억 원 규모의 10년물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후순위채는 다른 채권이나 예금자들의 부채가 모두 청산된 뒤 마지막으로 상환받을 수 있는 채권으로 만기가 5년 이상일 겨우 100% 자기자본으로 인식된다. 이 때문에 시중은행 사이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올리는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같은 날 신용등급 BBB의 키움캐피탈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발행 규모는 300억 원으로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발행 규모를 최대 5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키움캐피탈은 7월 400억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 한 바 있다.
김은기 삼성증권 수석 연구위원은 “다음주에 수요예측에 나서는 기업들은 투자 수요를 모으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신한생명의 경우 생명보험 업황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이 최근 인기가 많아진 점, 신한금융지주 계열 등의 요소로 투자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키움캐피탈은 BBB등급이지만 발행 규모가 작아 특정 수요를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A등급 이하에 대한 투자 기피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정책이 저신용등급의 투심회복을 끌어낼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다수 기업의 수요예측 흥행 참패가 속출하자 일부 기업들은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 등으로 자금 조달 방법을 바꾸고 있다. CP는 소수의 투자자를 대상으로 사모 형태로 발행하기 때문에 수요예측과 같은 절차를 밟지 않는 데다 장기물로 발행할 경우 이자비용이 회사채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경록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우량등급에 대한 투자수요는 견조하고 발행 가산금리도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나 A0급 이하로는 아직까지 발행조건이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최근 집행을 개시한 기업 유동성 지원기구로 저신용등급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전해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