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초고속 생산 배경엔...‘머스크 시간’ 경영 전략

입력 2020-08-0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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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지난해 1월 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의 테슬라 기가팩토리 착공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상하이/신화뉴시스
‘초고속’.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에 붙는 수식어다. 그 배경에 ‘머스크 시간’이라 불리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테슬라의 전기차 총 생산 대수가 50만 대를 돌파할 때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년이었다. 그 두 배인 100만 대에 도달한 시점은 그로부터 약 1년 3개월 후였다.

시간을 바짝 압축한 힘은 일론 머스크 CEO의 실패에서 배우는 유연함에 있었다.

테슬라의 차량 생산은 중국 상하이에 기가팩토리를 세우면서 탄력을 받았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초 상하이 기가팩토리의 ‘모델3’ 첫 출고 행사장에 참석해 “예상을 웃도는 성과를 얻었다”면서 흥에 겨워 춤을 췄다.

지난해 초 착공에 들어간 상하이 기가팩토리는 같은해 10월 시험 생산을 시작해 올해 1월 초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이어 주력 차종인 모델3를 고객에 인도하기 시작했다. 공장 착공 1년 만에 이룬 성과였다.

미즈호은행그룹 연구원은 “공장 건설에 일반적으로 2년이 소요된다”면서 “시간을 절반이나 단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머스크는 상하이 기가팩토리 건설 전부터 속도전을 염두에 두고 효율적인 설계에 들어갔다.

일본 도요타-제너럴모터스(GM) 합작법인으로부터 인수해 리모델링한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몬트 공장과 달리 간단한 구조를 우선했다.

길쭉한 건물에 모든 공정을 맞췄다. 일직선으로 흐르는 조립 라인 등 최대한 간단한 구조를 만들었다. 건물과 함께 프레스 기계와 용접 기계, 조립 라인 등의 반입 및 설치 기간도 압축했다. 가솔린 차량에 비해 부품 수가 적은 데다가 엔진이 없어 복잡한 금속 가공 공정을 줄일 수 있었던 것도 시간 단축에 주효했다.

테슬라와 거래하는 부품업체 관계자는 “다른 자동차 공장에 비해 전체적으로 공장이 날림 공사 느낌이 난다”고 말했다.

프레몬트 공장의 경험도 약이 됐다. 테슬라는 생산 측면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해 왔다. 최대 위기는 프레몬트 공장의 완전 자동화 실험이었다.

머스크는 완전 자동화 공장에서 인간이 아닌 로봇으로 전기차를 만들어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로봇이 빠르고 정확하게 자동차를 만들지 못하면서 생산 차질과 많은 제품 하자가 발생했다. 2017년 7월부터 시작한 모델3 생산은 난항을 겪으며 주당 1억 달러의 손실을 냈다.

머스크는 “인간의 노동력을 과소평가했다”며 완전 자동화를 포기했다. 공장 부지 내 임시 텐트를 설치하고 사람과 기계가 공존하는 차량 조립 라인을 도입했다.

이에 이상을 추구하면서도 어렵다고 판단하면 유연하게 수정하는 게 머스크의 경영 특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도 아군이었다. 상하이 기가팩토리 착공 후 리커창 중국 총리는 머스크에게 중국 영주권을 제안하는 등 편의 제공을 아끼지 않았다. 머스크조차 “이렇게 빨리 절차가 완료될 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생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테슬라의 자금 사정도 개선되고 있다. 팩트셋에 따르면 테슬라의 현금 흐름은 2017년 4분기에 41억4200만 달러(약 4조9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4분기에는 9억7300만 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2010년 나스닥 상장 후 첫 흑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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