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세 인하 혜택 수혜, 서울에선 30%도 안 될 듯…취득세 면제 아파트는 300가구 남짓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주 한 언론과 한 인터뷰를 하며 "정부는 1주택 실수요자를 보호하고 세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생각은 확고하다"며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대략 (시세 기준) 9억 원 정도 되는데 이보다는 좀 더 낮은 5억~6억 원 이하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주택 보유세 인상으로 인한 조세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중저가 주택 재산세 인하 혜택을 당근으로 내밀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세율과 과표인 주택 공시가격이 동시에 빠르게 오르면서 보유세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올 10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발표할 때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며"10월 중저가 주택에 대해선 재산세율을 인하하면 서민 부담이 상당히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 총리 발언은 이 같은 구상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이 같은 반응에 시큰둥하다. 정 총리 말대로라면 서울 등 주택 가격이 높은 지역에선 재산세 인하 혜택을 누리기 힘들어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125만1576가구 가운데 시세 6억 원 이하는 34만6859가구(27.7%)였다.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19곳에선 전체 아파트에서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도 안 됐다.
KB국민은행 통계에서도 값이 6억 원이 안 되는 서울 아파트 비중은 40%에 못 미쳤다. 국민은행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올해 내내 9억 원을 웃돌고 있다. 서울 아파트 가운데 절반 이상이 9억 원이 넘는다는 뜻이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정부가 6억 원 이하를 중저가 주택 기준으로 삼은 데 6억 원 이하 아파트 재산세를 낮추면 실수요자에게 도움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면서도 "6억 원 이하 아파트가 있긴 하지만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그 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산세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총리가 개략적인 중저가주택 범위를 밝힌 것 같다. 구체적인 기준은 국토부와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을 놓고 기준 가격이 도마 위에 오른 건 이번만이 아니다. 정부가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에게 주겠다고 지난달 발표한 취득세 면제 혜택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시장에선 이를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취득세 인상에 따른 반발을 무마하려는 카드로 해석했다.
정부는 그러면서도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라도 1억5000만 원 이하 주택을 구매할 때만 이 같은 혜택을 주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운데 값이 1억5000만 원 이하인 물건은 300가구가 조금 넘는다. 젊은 층 수요가 많은 아파트는 세제 혜택을 적용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주택 업계에선 정부가 정책 기준 가격을 조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꾸준히 나왔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5월 고가주택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해달라고 정부ㆍ여당에 건의했다. 박광규 주택협회 정책상무이사는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이미 9억 원 이상으로 올랐는데 중저가ㆍ고가 주택 기준이 몇 년째 그대로 있으면 국민 세금 부담이 지나치게 가중된다. 주택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그때그때 정책 저항을 넘기기 위해 땜질 정책을 양산한다고도 비판한다.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만 해도 그렇다. 정부는 등록임대사업자 제도가 투기 수단으로 악용된다며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했다. 임대사업자, 특히 비과세 혜택을 받는데 필요한 5년 임대 기간을 못 지키는 단기임대사업자 반발이 컸다. 기획재정부는 7일 '임대주택 세제 지원 보완조치'를 내놓고 의무임대기간을 절반만 채우면 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기존에 약속한 세제 혜택을 주겠다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