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매출 신세계 6.4%ㆍ현대백화점 4.5% '쑥쑥'…해외명품ㆍ리빙 상품군 20~40%대 상승
# 회사원 김 모 씨(41)는 매년 8월 초 여름휴가 기간에 해외여행을 떠났지만 올해는 집에서 쉬기로 했다. 충남 태안으로 여행을 갈까 했지만, 장마까지 겹치자 밖에서 고생할 바엔 ‘집콕’이 낫다고 판단했다. 대신 집에서 가까운 신세계 타임스퀘어점에서 쇼핑도 하고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에서 취미용품도 둘러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도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한가할 것으로 예상했던 백화점에 주차를 기다리는 차들이 수백 미터 줄을 이었다.
휴가철 비수기는 옛말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유례없이 장기화한 장마철 물폭탄까지 이어지면서 시원하고 쾌적한 백화점 매장이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특히 이들은 휴가를 아낀 여유자금으로 명품과 리빙 등 가격대가 높은 상품을 주로 구입하며 보복 소비를 즐기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휴가 기간 여행을 떠나지 못한 이들 가운데 백캉스(백화점+바캉스)를 즐기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9일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했다. 이 기간은 국내 기업들의 여름휴가가 집중된 기간으로 통상 백화점업계에서는 비수기로 분류됐지만 올해는 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백화점으로서는 이례적인 증가세다. 카테고리별로 여성 패션과 남성 패션 매출이 각각 -14.3%, -6.9% 주춤한 반면, 해외명품과 생활 장르는 각각 35%, 24.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 증감률은 0%로 집계됐지만, 2분기 매출이 -16.9% 뒷걸음질친 것과 비교하면 ‘깜짝 선방'으로 평가된다. 롯데 역시 여성(-13%)과 남성(-3%), 잡화(-15%) 매출이 빠진 대신 해외명품(+32%)과 리빙(+30%)은 큰폭으로 치솟았다. 특히 주말 매출 호조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7월 31일부터 이달 2일(금~일요일)까지 매출 신장률은 1.0%를 기록했고, 지난 주말인 7~9일 매출은 4% 신장했다.
현대백화점도 비슷한 분위기다. 휴가철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4.5% 늘었는데 이중 해외패션(47.7%)와 리빙(21.0%)의 상승률이 돋보였다. 여성패션(-1.8%)과 영패션(-7.4%)은 매출이 역신장했지만 남성패션(1.6%)은 소폭 올랐다. 8월 2주차(7~9일) 매출은 8.6% 치솟으며 상승세가 더 가팔랐으며, 해외패션(49.6%)와 리빙(33.7%)이 매출 상승세를 앞장서 주도했다.
여기에 유례없이 길어진 장마기간과 물폭탄은 국내 여행 및 캠핑족까지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실제 서울 서남권의 한 대형쇼핑몰은 지난 주말 방문객이 전주말 대비 20% 가량 늘기도 했다.
사실상 하늘길이 막혀 해외여행에 아낀 목돈을 고가 제품 소비에 쓰면서 해외 명품 매출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눅눅한 장마 기간 시원하고 쾌적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 백화점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면서 “곧바로 태풍까지 이어져 고객이 더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때 아닌 성수기를 맞으면서 백화점들도 고객 몰이에 나섰다. 신세계백화점은 14일까지 루이비통의 가방, 의류 등 올 가을·겨울 남성 장르 전 상품을 강남점 1층 더 스테이지 팝업을 통해 선보인다.
압구정 갤러리아 명품관은 웨스트 5층 테라스에 가구 브랜드 ‘까사 알레시스’와 협업해 휴양지 콘셉트의 휴게 공간 ‘더 루프탑 바이 갤러리아’를 오픈했다. 광교점은 고층에서 도심 뷰와 호수 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을 마련했다.